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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천하』 서평, 독후감, 요약, 리뷰

EnerTravel 2023. 9. 2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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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nerTravel입니다. 
오늘의 BookTok은『태평천하』 서평, 독후감, 요약, 리뷰 글입니다.

 

 

 저자 소개 

 

채만식(호는 백릉白菱)은 일제 침략기인 1902에 태어나서 일제강점기와 해방기를 거쳐 한국전쟁 발발 직전의 1950611월까지 살았다. 이 시기는 민족적 수난과 고통, 사회적 혼란이 이어지던 때로, 이 시기를 살았다는 것은 운 나쁜 일생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1922, 일본 제일 와세다 고등학원 문과 입학하였으나 다음 년 여름 방학에 귀향 후 복교하지 않아 학업을 중단했다. 그리고 같은 해, 최초 중편 과도기가 탈고된다. 사립학교 교원, 동아일보 기자 등의 직업을 갖기도 했으나, 193635세부터 본격적으로 전업 작가가 된다. 이로부터 1년 뒤, “탁류태평천하가 세상에 나온다.

 

 내용 요약 

 

1. 윤직원 영감 귀택지도

 

추석이 지난, 가을의 해 저물고 있던 어느 날, 윤직원 영감(이하 윤 영감)이 어디 외출했다가 인력거에서 댁의 대문 앞에서 내린다. 인력거꾼은 운수 좋지 않게도 이십팔 관하고도 육백 몬메(대략 107.25kg)인 윤 영감을 태워 평탄한 길로 끌고 오기도 무던히 힘이 들었는데 골목길로 들어서는 비스듬한 경사진 길에서 끌어올렸다. 윤 영감은 자칫하면 넘어질 듯한 작은 인력거에서 내리면서 부축하지 않는다며 인력거꾼을 타박한다. 실상은 가쁜 숨을 쉬며 땀을 닦고 있던 인력거꾼은 죄송하여 얼른 부축한다.

인력거에서 내린 윤 영감의 모습은 진실로 거방지다(거방지다 : 몸집이 크다). 허리를 안아보면 한 아름하고도 반은 더 될 거 같으며 키도 다섯 자 아홉 치로 넉넉하다. 나이는 올해로 일흔두 살이지만 정정한 모습이 서른 살 먹은 장정을 능가한다. 저자는 윤 영감의 외양을 두고 입이 비뚤어진 친구는 광대로 인식 착오를 일으키고, 동경`대판의 사탕 장수들은 캐러멜 대장감으로 침을 삼키니 통탄할 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윤 영감은 두루마기 앞섶을 여미다가 도로 걷어 젖히고는 인력거 삯을 묻는다. 인력거꾼은 점잖은 손님에게 항투로 쓰는 말로 그저 처분해줍사요.”라고 답한다. 그러자 윤 영감은 인력거꾼에게 그냥 가라고 하는데, 이 말은 들은 인력거꾼은 당황하여, 심지어 허파가 터질 뻔한 오늘 벌이가 허사가 될 수 없어 삯에 대해 말을 꺼낸다. 윤 영감은 처분해달라고 해서 인력거 삯을 안 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덧붙여 공짜로 인력거 태워 주는 것이 기특하다 했는데, 사내대장부가 거짓말을 식은 죽 먹는 듯이 하는 것이 무엇인가? 일구이언은 이부지자라고 했네. 암만해도 자네 어머니가 행실이 좀 궂었나 보네라고 말한다. 인력거꾼은 비위가 상했으나, 상한 심정을 누르고 공손하게 삯을 요구한다. 윤 영감은 기가 막혀 하면서도 얼른 받고 가라는 듯이 얼마를 받을 거냐고 묻는다. 인력거꾼이 오십 전을 요구하자 윤 영감은 십오 전을 주려 했는데 자네가 그러니 내 이십 전을 주겠다.’라고 한다. 그리고 인력거꾼이 꽤 무거웠으니 십 전 더 달라고 부탁하자, 자동차(버스)나 기차를 탈 때 무겁다고 돈을 더 내는 법이 없다며 역정을 낸다. 그러면서도 인력거꾼이 떼를 쓰는 데는 배겨낼 수 없다고 생각하며 오 전을 더 주면서 이제넌 자네가 내 허리띠에다가 목을 매달두 쇠천 한 푼 막무가낼세!”라고 말하고 집으로 가버린다.

윤 영감은 역정 끝에 춘심이 따라서 명창대회에 가서 애맨 돈 오 전을 더 썼다고 욕을 한다. 하지만 춘심이가 제 형 운심이가 명창대회 연주에 나간다고 재잘거리는 것을 윤 영감이 반겨 춘심이게 가자고 꼬여낸 것이었다.

 

2. 무임승차 기술

 

오늘 윤 영감은 열한 시 반이 채 못되어 한 시부터 시작하는 명창대회를 보러 춘심이와 외출했다. 이 세상에서 돈을 가장 좋아하는 윤 영감이 명창대회에 간 이유는 돈 다음으로 명창대회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실 윤 영감은 365일 내내 밤낮으로 기생이나 광대를 불러 듣고 싶어 하지만, 돈이 많이 들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런 윤 영감의 대원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것이 있는데, 라디오와 명창대회가 그것이다.

윤 영감은 라디오를 틀고 보료 위에 편히 드러누워 남도 소리며 음률 가사 같은 음악을 듣고 있으면 기생의 얼굴이나 광대의 거동이 눈에 보이지 않아 아쉬워한다. 그리고 청취료 일 원을 내는 마당에 남도 소리나 음률 가사가 없는 날이 있다는 것, 소리를 기껏해야 삼십 분, 감질만 내다가 그만둔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명창대회는 기생이며 광대가 가지각색인 데다가 노래도 다양하거니와 직접 눈으로 보면서 오래오래 들을 수 있어 라디오보다 좋지만, 늘 있는 것이 아니라 흠이라고 말한다.

같이 간 춘심이는 나이가 열다섯이지만 몸매 하며 제법 계집애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춘심이가 요새 연애를 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춘심이는 윤 영감에게 명창대회에 일찍 가는 대신 자동차(버스)를 타고 가자고 조르자 윤 영감은 알았다고 한다. 만원 버스에 탄 윤 영감과 춘심이는 총독부 앞 종점에서 내려 차비로 십 원짜리 지전을 낸다. 여차장은 거스를 돈이 없다고 잔돈을 요구한다. 윤 영감은 잔돈이 있음에도 사전(못 쓰는 돈)이라며 속인다. 그러자 여차장은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고 윤 영감은 부청 앞에서 내릴 것에도 정거장까지 간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듣고 여차장은 천자에 가서 바꾸라고 한다. 덕분에 윤 영감은 공차를 타고 총독부 앞에 내린다. 그리고 윤 영감은 좁은 뻐수 타니라구 고생헌 값을 이렇기 도루 찾는 겁이다.”라고 말한다.

 

3. 서양국 명창대회

 

열두 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회장에 도착한 윤 영감과 춘심이는 입장권 문제로 말다툼을 벌인다. 윤영감은 돈을 아끼기 위해 네 형이 출연하니 형을 찾아 뒷문으로 들어가 공짜로 구경하라고 하지만, 춘심이는 버젓한 손님이니 표를 사고 들어가야지 치사하게 공구경을 하냐고 우긴다. 그러자 윤 영감은 춘심이에게 군밤값을 하라고 돈을 주며 타협을 한다. 그리고 윤 영감은 하등표를 달라 하고 홍권을 사, 아래층 맨 앞자리의 맨 앞줄에 앉는다. 우연히 지나가던 직원이 윤 영감이 홍권을 가지고 백권석에 앉아 있을 것을 본다. 그리고 윤 직원에게 여긴 백권석이니 위층으로 가라고 한다. 윤 영감은 자신은 하등권인 홍권을 샀으니 아래층 자리라고 우긴다. 그리고 높은 데가 하등이고 낮은 데가 상등이라는 직원의 말에 예는 우리 조선(朝鮮) 아니구, 저어 서양국(西洋國)이요? 그렇길래 이렇기 모다 거꾸루 되지?”라고 말한다. 실랑이 끝에 윤 영감은 홍권으로 백권석에서 구경한다. 원만히 구경을 마친 윤 영감은 춘심이를 집으로 보내고, 또다시 만원 버스를 타야 한다는 생각에 윤 영감은 마침 지나가던 인력거를 타고 왔다. 그 결과 돈 오 전을 더 뺏겨 역정이 났는데, 도착하고 보니 쪽대문이 열려 있어 더 역정이 났다.

윤 영감은 언제나 대문과 옆으로 난 쪽문을 잠가 두는데, 그 이유는 열어놓으면 거지 등 반갑지 않은 손님이 들어 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윤 영감은 열어두면 어쩐지 집안의 것이 대문으로 빠져나는 것만 같고 그 대신 상스럽지 않은 것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대문을 결코 열어놓지 않는다.

역정이 난 윤 영감은 달려온 삼놈이에게 누가 쪽대문을 열어놨냐고 소리를 버럭 낸다. 그리곤 며느리 고씨가 열어놨다는 삼놈이의 말에 며느리 욕을 한다.

 

4.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

 

4장에서는 산전수전 다 겪고 칼날 밑에서, 총부리 앞에서 목숨을 수없이 내건 윤 영감의 일생을 보여준다.

윤 영감의 선친 윤용규는 얼굴이 말처럼 길어서 말대가리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시골 토반(여러 대를 이어서 그 지방에서 붙박이로 사는 양반), 아전도 아니었던 그는 노름이나 즐기며 아내의 바느질품으로 번 돈으로 입에 풀칠했다. 그런데 갑자기 난데없이 돈 이백 냥이 생기자, 윤용규는 노름을 끊고 착실히 돈을 불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1903년 계묘년, 윤 영감의 당대에는 삼천 석을 넘겨받게 되었고, 삼십여 년 동안 착실히 가산을 늘려 요즘에는 현금이 십만 원 가까이 은행에 예금되어 있다.

하지만 욕심 많은 수령에게 잡혀 갇혀 형장을 맞아가며 돈을 빼앗기고, 화적에게 재물을 약탈당하기도 부수지기였다. 결국은 계묘년 삼월 보름달, 윤용규가 화적떼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날 밤, 병든 윤용규 대신 살림을 맡아 처리하던 윤 영감은 급히 깨우는 아내의 행동에 화적이 왔음을 직감하여 도망쳤다. 당시 윤 씨네 집안은 불안과 긴장, 경계 속에서 잠시라도 늦추지 못하고 위태하게 지내던 차였다. 그 이유는 달포 전, 윤용규가 그 화적떼 중에서 작인을 보고는 고을의 원수에게 아뢰어 그 작인이 잡힌 것 때문이었다. 게다가 원수가 화적을 잡기보다 부자를 토색하기를 더 즐기는 터라 윤용규도 같이 잡혀 문초를 당했다. 그러나 윤 영감은 이천 냥을 들여 윤용규를 달포 만에 옥에서 빼냈다. 이를 알게 된 화적의 우두머리는 그날 바로 윤용규를 찾아가 뇌물을 써서 그 작인을 풀어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화적이라면 치를 떠는 윤용규는 자신의 돈으로 뇌물을 줄 마음이 전혀 없어 화적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실수로 한 화적에게 죽는다.

윤용규는 화적의 우두머리와 대화하던 중, 이런 말을 남긴다. “괴수놈, 너두 오래 안 가서 잽힐 테니 두구 보아라! 네 모가지에 작두날이 내릴 때가 머잖었느니라, 이노옴!” 저자는 이 말을 두고 일종의 발악임에도 이는 화적과 수령에게, 전 압박자에게 외치는 선전포고이자, 하나의 웅장한 선언이라고 평한다. , 이 말은 윤용규는 알고 한 것은 아니지만, 시대가 금권이 유세해짐을 인식한 것을 보여준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윤 영감이 윤용규의 시신을 보고 통곡하며 이놈의 세상이 어느 날에 망하려느냐! 오냐,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라고 외친다.

하지만 이것은 젊은 적 겪은 고난의 한 토막일 뿐이었다. 중년에 와서 양복청년에게 큰일을 당할 뻔했기 때문이다. 경신년 섣달, 윤 영감은 땅값을 치르기 위해 사천 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윤 영감에게 양복쟁이 둘이 오더니 싸늘한 쇠끝의 구멍을 윤 영감의 가슴에 겨누며 그 돈을 뺏어갔다. 그 뒤로도 두어 번이나 반복되자 서울로 이사하기로 한다.

세상이 평안해지자, 집안에 문벌이 없음을 섭섭히 여겨 가문을 빛나게 할 네 가지 방책을 추진한다.

첫째는 족보에 금칠하기였다. 몇 대 윤아무개는 정승이요, 판서요, 몇 대 부인은 열녀요, 이렇게 그럴싸하게 족보를 새로 꾸민 것이다. 이 일에 이천 원이나 썼으나, 그리 신통한 것은 아니었다.

둘째는 윤 영감이 벼슬 한자리를 한 것이다. 시골에는 공자, 맹자을 비롯한 여러 성현을 모시는 향교(鄕校)라는 곳이 있는데, 이 향교의 제일가는 어른을 직원(直員)이라 한다. 본래 직원이란 자리는 학문과 덕망이 높은 선비가 뽑혀 지내는 것에도 향교의 재정 문제로 윤 영감이 될 수 있었다. 윤 영감은 춘추(春秋)로 여러 성현에게 절을 하는 직원 노릇을 착실히 했다. 어느 해 여름, 풍월을 읊고 있는 장의와 선비들에게 대체 거, 공자님허구 맹자님하구 팔씨름을 히였으며 누가 이겼으꼬?”하고 물었다. 이에 장의와 선비들은 당황해 아무 말도 못 해주자, 윤 영감의에게 이 수수께끼는 남아있다.

셋째는 양반 집안과의 혼인하는 것이었다. 이미 아전 집과 혼인한 외동아들(서자가 하나 있다.)을 제쳐두고, 딸을 가난한 서울 어느 양반 집으로 시집을 보냈다. 하지만 혼인한 지 일 년 만에 남편이 전차에 치여 죽고 그 딸은 과부가 되어 친정살이하고 있다. 또한, 맏손자며느리를 충청도 박 씨네 문중에서, 둘째손자며느리는 조대비와 서른일곱이나 아홉 촌이 되는 서울 조 씨네 집안에서 얻는다.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는 집안에서 권세 있고 실속 있는 양반을 배출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윤 영감은 맏손자 윤종수는 군수, 윤종학은 경찰서장으로 만들고자 결심한다.

 

5. 마음의 빈민굴

 

명창대회에서 돌아온 윤 영감은 며느리 고 씨를 욕하고 나서 직성이 풀린다. 안방으로 들어간 윤 영감에게 둘째손자며느리 조 씨는 저녁상을 내온다. 윤 영감은 항상 밥을 같이 먹는 태식이가 보이지 않자 태식이를 찾는다. 태식이는 윤 영감가 환갑에 가까워서 본 서자로, 열다섯이지만 몸은 네댓 살 정도도 발육 안 되었다. 그리고 장애가 있는데, 이 구절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윤직원 영감이 눈에 띄니까는 들이 천동한 것처럼 우당퉁탕 뚸어들어, 윤 직원 영감의 커다란 무릎 위에 펄신 주저앉습니다.” “‘-, -, -...-, -, -...’ 태식이가 방 한가운데 배를 깔고 엎디어, 조선어독본권지일, 비가 오오,모가 자라오를 읽던 것입니다.”

태식이는 윤 영감의 무릎 위에서 사탕 사 먹게 돈을 달라고 조른다. 윤 영감은 점심 때 준 돈을 다 썼냐고 묻지만, 선뜻 십 전을 쥐여 준다. 그리고 윤 영감은 석 잔의 반주를 마시고 막 밥술을 뜨려다가 밥이 새하얀 쌀밥인 것을 발견한다. 윤 영감은 며느리들(조 씨와 박 씨)에게 왜 보리와 섞어서 밥하라고 한 말을 듣지 않냐고 따진다. 이는 자기 자신이 쌀밥만 먹는 것도 아까운 것을, 온 집안 식구와 종년이나 행랑것들까지 쌀밥을 먹을 것이고, 솥 바닥에 눌어붙은 쌀밥을 버려야 하므로 아까워하는 윤 영감의 성격 탓이었다. 윤 영감은 보리밥이 몸에 좋으며, 그 효능 중 하나가 아이를 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말에 며느리들은 솔깃한 반응을 보였지만, 건넌방에서 윤 영감과 싸움을 벼르고 있는 고 씨에게는 능청맞게 애들을 속인다고 밉광스럽게 여겨질 뿐이었다.

 

6. 관전기

 

사실 오늘 저녁, 쪽대문을 열어놓았다고 역정을 낸 윤 영감에게 기어코 한바탕 화를 내고야 말겠다고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하지만 고 씨는 속이 후련해지도록 싸움을 대판거리로 해야 할 텐데, 트집거리가 없어 부아가 치밀기 시작한다. 마침 대문으로 늦게 들어오는 경손이를 보고는 이 애를 통해 생트집 잡자고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시아버지가 진짓상을 받고 있는 지금, 며느리인 자신이 큰 소리를 내면 응전 포고가 올 것으로 생각하고 크게 경손이를 부르고는 늦게 들어온다고 꾸짖는다. 경손이는 어리다고 자신을 만만하게 보고 화풀이하지 말라고 하며 뒷채로 들어가 버린다. 이 모습을 보고 고 씨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나서기나 한다며 뉘놈의 집구석 씨알머리라구 원너니 사람 같은 종자가 생길라더냐.”라고 말한다. 이에 윤 영감은 고 씨가 온 집안을, 신주까지 들먹이며 욕하는 말을 넘길 수가 없어 결전을 각오하고는 안방에서 나온다. “, 잘허넝 건 무엇이냐? , 잘허넝 건 대체 무엇이여? 말 좀 히여부아?”라며 소리를 크게 낸다. 이에 고 씨는 이렇게 말한다. “팔자가 기구히여서 이런 징글징글헌 집으루 시집온 죄밲으넌 아무 죄두 읎어라우! 왜 걸신하먼 날 못 잡아먹어서 응을거리여? 삼십 년 두구 종질히여준 보갚음으루 그런대여?” 윤 영감은 그 말에 워너니 그게 명색 메누리 체껏이 시애비더러 허넌 소리구만?”라고 말한다. “그러닝개루 징손주까지 본 이가 그래, 손자까지 본 메누리년더러 육장 짝 찢을 년이네, 오두가 나서 싸돌아댕기네 허구. 그건 잘허넌 짓이구만?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래지!”라고 고 씨가 응수한다. 윤 영감은 할 말이 없어져 고 씨더러 아전 딸자식이니 별수 있냐고 하자, 고 씨는 읍내 아전들에게 잡혀 볼기 맞아가며 살려달라한 이가 양반이냐고 쏘아붙인다. 이에 큰 보람도 없이 몰린 윤 영감은 경손이를 불러 윤창식(경손이 할아버지이자 윤 영감의 아들)을 데려오라고 하고는 사랑으로 들어가 버린다. 고 씨는 이혼이 뭐가 무섭냐고 받아넘긴다.

이렇게 해서 시초 없는 싸움이 끝도 없이 휴전되고, 집안에 다시 평화가 찾아온다.

 

7. 쇠가 쇠를 낳고

 

윤 영감이 사랑에 들어가자 석 서방이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석 서방은 급히 돈이 필요한 사람과 윤 영감을 연결해 주는 브로커로, 윤 영감의 수형(手形, 어음) 등의 고리 사금융업과 관련된 일을 한다. 그러니 당연히 사랑에서 윤 영감을 기다리고 있던 것도 칠천 원짜리 삼십일 수형을 이자 일 할로 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석 서방과 윤 영감은 서로 일 할, 이 할을 주장하다가 결국은 일 할 오부로 결정한다. 그리고 윤 영감은 벽장 속에서 두꺼운 장부 한 권을 꺼낸다. 이것은 대복이가 서울 장사치들의 가산이 얼마이며 갚을 빛이 얼마인지 등의 신용 정도를 조사하여 작성한 블랙 리스트로, 돈을 빌려주어도 되는지 확인하는 용도였다.

윤 영감은 수형(어음) 장사를 통해 적어도 삼천 원에서 사천 원의 이윤을 챙긴다. 수형을 받아두면, 기한 내 돈을 갚지 못한 채무자의 재산이 가차압되어 경매로 넘어가게 된다. 그래서 돈 문제에 예민한 윤 영감마저 수형의 효험과 위력을 알아 안심할 정도이다. 저자는 여기서 이런 평을 한다. “송도 말년에는 쇠가 쇠를 먹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게 지금은 다아 세태가 바뀌고, 을축갑자(乙丑甲子)로 되는 세상이라서 그런 것도 아니겠지만, 쇠가 쇠를 낳기로 마련이니, 그건 무슨 징조일는지요. / 아무튼 그놈 돈이란 물건이 저희끼리 목족은 무섭게 잘하는 놈인 모양입니다. 그렇기에 자꾸만 있는 데로만 모이지요?” , 돈을 통해 돈을 버는 윤 영감의 모습을 보여주며 돈이 돈을 부르는, 빈부격차의 심화를 보여준다.

윤 영감은 장부를 보고 반() 승낙을 하고, 대복이와 상의한 후 다시 얘기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볼일을 다 본 석 서방은 일어서지 않고, 아까 진지를 드시다 말았으니 뭐라도 시키겠다고 하며 윤 영감의 비위를 맞추기 시작한다. 윤 영감은 거절하며 풀이 죽은 기색으로 해마다 만 석을 추수 받는 자신이 끼니를 거른다고 탄식한다. 심지어는 자신이 도둑놈을 쫓기는 개 신세라고 비유하기까지 한다. 이런 윤 영감의 모습을 본 석 서방은 밥을 굶네, 속이 상하네, 개 신세네 하고 탄식하는 것이, 죽으려고 청승 떠는 것으로 보였다.

 

8. 상평통보 서푼과

 

하지만 석 서방은 속마음과 다르게 자손이 번성하고 가운이 융성하게 되면. 집안 어른 된 이로는 그런 근심 저런 걱정 노상 아니할 수도 없는 것인즉, 그걸 사지고 과히 상심할 게 없느니라고 위로를 건넨다. 하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듣던 윤 영감은 뜬금없이 사람이 죽었을 때 염()하는 것을 본 적이 있냐고 묻는다. 석 서방이 얼른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거리는데, 상관하지 않고 이런 말을 한다. ‘마누라가 작년 정월에 죽지 않는가. 그때 수험한다고 시쳇방에 들어가서 가만히 서서 보는데, 수의 갈아입히고 쌀 한 숟가락 떠서 맹인 입에 넣는 체하며 천 석이요, 두 숟가락 넣으며 이천 석이요, 세 숟가락 넣으며 삼천 석이요이라 외치네. 그리곤 옛날 돈 상평통보를 한 푼씩 주면서 천 냥, 이천 냥, 삼천 냥이요 그러네.’ 석 서방은 맹인이 저승길 가면서 노잣돈으로 쓰고 저승에서 부자로 지내라고 그러는 것이냐며 맞장구친다. 윤 영감은 이어서 우리 마니래만 히여두 명식이 만석꾼이 집 예편네가 아닝가? 그런디 필경 두 다리 쭈욱 뻗구 죽으닝개넌 저승으루 갈라면서, 쌀 게우 세 숟가락허구,돈 엽전 스 푼하구, 게우 고걸 각구 간담 말이네그려. 만석꾼이가 죽어 저승을 가면서넌 쌀 세 숟가락에 엽전 스 푼을 달랑 얻어각구 간담 말이여.”라며 한탄을 하기 시작한다. 윤 영감은 계속해서 지금 자신이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어도 죽으면 별 수 없다며, 재산을 지키기 위해 악을 쓰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며 석 서방에서 토로한다. 이에 석 서방은 윤 영감이 노망든 건가 싶어 속으로 돈 이 무슨 소용이냐며 자신에게 줄까 기대한다. 그래서 윤 영감에게 마나님 한 분 얻으시는것 권면한다. 윤 영감은 석 서방을 꾸짖다 살며시 웃으며 예펀네라두 하나 있으먼졸 생각이 읎겄넝가? , 그렇지만, 그렇다구 내가 이 나이에 어디 가서 즘잔찮게 예편네 읃어달라구 말을 낼 수야 없잖넝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상은 혼자 지낸 게 작년 가을부터고, 그 전까지는 첩이 끊기지 않았다. 윤 영감의 말을 들은 석 서방은 자신이 적당한 여인을 찾아보겠다고 한다.

갑자기 밖에서 신문 배달부의 방울 소리가 들리자 두 사람은 긴장한다. 신문 배달부의 방울 소리는 호외가 도는 것이요, 중일전쟁에서의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대화 주제가 중일 전쟁로 옮겨진다. 윤 영감은 세계에서 제일 강한 일본이 당연히 중국을 이길 것이라 생각하며 왜 중국이 바보같이 싸움하느냐 묻는다. 이에 석 서방은 지나(중국)가 아라사(러시아)를 믿고 그러는 것이라고 한다. 덧붙여 아라사가 지나를 충동질시킨 이유가 일아(러일) 전쟁에 져서가 아닌 지나를 사회주의로 만들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이를 들은 윤 영감은 가난한 이들이 있는 사람의 것을 뺏는 사회주의, 조선 말의 활빈당과 같은 것으로 취급하며, 몹시 분개하며 호통을 친다. 석 서방은 윤 영감을 달랠 겸으로 중국이 사회주의가 되는 것은 동양이 불안해지기에 일본이 중국을 정신 차리게 하기 위해 훈계하는 것이 이 전쟁이라고 말한다. 윤 영감도 동의하며 일본을 칭찬하는 말을 한다. “순사를 우리 죄선으로 많이 내보내서, 그 숭악한 부랑당놈들을 말끔 소탕시켜주구, 그래서 양민덜이 그 덕에 편히 살지를 않넝가? 그러고 또, 이번에 그런 전쟁을 히여서 그 못된 놈의 사회주의를 막어내주니, 원 그렇게 고맙구 그렇게 장헐 디가 어디 있담 말잉가.”

윤 영감과 일본이 부국강병하니 천하제일이라고 대화하던 석 서방은 볼일이 있다고 물러난다.

 

9. 절약의 도락 정신

 

석 서방이 가고 적적해진 윤 영감은 춘심이와 대복이를 기다린다. 윤 영감의 돈을 갚지 못해 가차압되는 이의 집에 가 값나가는 것이 있나 둘러본 윤 영감의 지배인 겸 서기 겸 비서 겸인 대복이가 윤 영감에게 보고한다. 보고를 들은 윤 영감은 석 서방이 말한 수형 조건을 상의하려다가 급하지 않다 생각하여 그만둔다.

대복이는 윤 영감과 한 고향 사람으로 면서기하던 오 년 중 회계원을 사 년을 했다. 꼼꼼하고 착실하면서도 재치있어 윤 영감의 눈에 들었다. 그 결과 윤 영감이 서울로 이사할 때, 회계원 겸 서무서기 겸 심부름꾼으로 같이 온 것이다. 그의 돈 아끼는 솜씨는 대단하여 여러 일화를 남길 정도이다. 예를 들어 두부를 세 모를 사야 한다면, 이 전을 아끼기 위해 반 모를 덜 싶지만, 반 모를 파는 장사꾼이 없기에 두 모만 사 온다. 저자는 그를 돈을 졸략히 쓰는 방법, 거기에 우선 깊은 취미를 가지는 사람이라고 평한다. 덧붙여 돈을 쓰는 데 요모조모로 아끼고 졸이고 깎고 해가면서 군 것은 먼지 한 낱도 안 붙게끔 씻고 털고 한 새말간 알맹이 돈을 만들어 쓰곤 하는, 대복이의 그 극치에 다다른 규모도 그러니까 뻐젓한 도락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라고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일화가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목간하던 대복이는 약간 늦추어 삼십오 일에 한 번씩 하기 시작한다. 여섯 번을 그렇게 함으로써 일곱 달 동안 여섯 번의 목간을 해 한 달 목간삯을 절약한다.

대복이의 아내는 예전에 죽어 그 후로 계속 홀아비로 지내고 있는 대복이는 과부인 윤 영감의 딸, 서울아씨에게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음이라고 해봤자 윤 영감의 허락이 없으면 그 정을 버릴 정도이다.

한편, 대복이가 왔다는 소식에 서울아씨는 시종이나 조카며느리에게 시키지 않고 부엌으로 들어가 대복이의 밥을 챙긴다. 그런 서울아씨의 이변을 본 이는 경손이뿐이다. 심지어 서울아씨도 자신의 행동이 이변임을 깨닫지 못한다. 사실 서울아씨는 대복이와 재혼할 생각도 해본 적이 없으며, 낡은 세상의 과부로서 두 번째 남편을 맞이하지 않는 것으로 교육받아 왔다. 그런데도 그런 이변이 일어난 것은 대복이가 서울아씨에게 자신의 제한된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자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10. 실제록 (잃을 실, 제목 제 : 잃은 기록의 제목?)

 

대복이가 늦은 저녁을 먹으러 가고 라디오로 잔영산을 듣고 있던 윤 영감에게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 바로 춘심인데, 올해 봄부터 다섯 번이나 내리 실연한 윤 영감의 여섯 번째 애인이다.

윤 영감의 다섯 번의 실연의 시발점은 인사하러 온 기생의 열네 살 먹은 동기아이였다. 첩이 도망가 밤저녁으로 말동무가 없어진 윤 영감은 그 아이더러 가끔 와 말동무해달라고 한다. 윤 영감은 아이가 오면 머리를 쓰다듬고 이야기를 듣고 노래도 시켜보면서 재미를 보았다. 그리고 서너 번씩 군밤이라도 사 먹으라고 일 원 한 장을 주기도 했다. 이십여 일이 지난 어느 밤, 윤 영감은 아이에게 너 내 말 들을래?”라고 하며 아아의 목을 끌어당긴다. 놀란 아이는 도망가고, 윤 영감은 다른 동기 아이를 구해 또다시 그런 행동을 한다. 그렇게 다섯 번이나 실연당한 윤 영감은 춘심이에게 일종의 사랑 고백을 하기를 주저한다. 그래서 전과 다르게 단박에 말하지 않고 가만히 눈치를 보면서 티 나지 않게 은근한 목소리로 말한다. “, 멫 살이지?” 춘심이는 열다섯 살이지 머, 영감님은 몇 살이세요?”라고 묻고, 일흔두 살인 윤 영감은 일곱 살을 줄여 예순다섯 살이라고 대답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말을 들을 것이냐 묻자, 춘심이는 눈치를 채고 생글생글 웃으며 무슨 말을, ?”라며 답한다. 윤 영감은 춘심이의 반응에 자신이 생겨 허리를 안으려 한다. 춘심이는 윤 영감의 손에서 빠져나가지만 도망가지 않고 웃는다. 윤 영감은 어떻게 해야 자신의 말을 듣을 것이냐 묻는다. 춘심이는 갖고 싶은 것을 사주겠다는 말에 반지를 사달라고 한다. 그래서 윤 영감과 춘심이는 다음 날 아침에 반지를 사고 말을 듣기로 약속한다.

 

11. 인간 체화와 동시에 품 부족 문제, 기타

 

사랑에서 윤 영감과 춘심이가 연애 흥정을 하는 동안 안방에서는 경손이와 서울아씨, 태식이가 같이 있었다. 경손이는 추월색을 읽고 있는 서울아씨 옆에서 조선어독본을 읽는 태식이의 비가 오오, 모가 자라라오의 외는 소리에 질려 모친 박 씨의 큰방으로 간다. 박 씨는 동서 조 씨와 바느질하던 중 경손이가 오자 공부를 안 한다며 타박한다. 경손이는 만석꾼의 맏손자인 자신이 공부를 잘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작은아버지(윤종학)를 제외하고는 학교 성적 좋은 녀석 최다 바보라고 말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조 씨는 새장가를 들겠다고 자신과 이혼하려고 드는 종학이 못난 사내주제에 경찰서장을 할거라며 욕한다. 경손이는 아즈머니두! 경찰서장 등 대구 있었수? 그랬다면 얼른 이혼하시우. 경찰서장 오백 리 갔수!”라고 말하고, 윤 영감이 종학이를 경찰서장으로 만드려는 노력이 헛수고라고 하기도 한다. 조 씨도 동조하듯 워너니 재쟈(자기)가 진작 맘 돌리기 잘했지야. 주제에 무슨 경찰서장은.”이라고 한다.

박 씨는 이 둘의 대화가 윤 영감의 귀에 들어갈까 두려워 조용히 하라고 한다. 그리고 박 씨는 아들과 서울아씨의 재혼인 등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경손이가 돈 달라고 얘기를 하자, 박 씨는 돈이 없다며 서울아씨 시집보낼 걱정까지 해주니 아씨에게나 받으라고 한다. 경손이는 그 말을 듣고 서울아씨의 이변이 생각나 꾀를 생각해 내 그 길로 다시 안방으로 간다.

남겨진 조 씨와 박 씨에게 명색만 며느리지 부잣집 종이자 하인이라고 신세 한탄을 한다.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옥화가 들어온다. 옥화는 윤창식이 올 봄에 새로 얻은 기생첩으로, 이 집에 자주 드나들어 윤 영감의 귀염을 받으며 두 며느리(박 씨, 조 씨)와 서울아씨와도 사이가 좋다. 옥화는 박 씨에게 우미관 앞에서 만났다며 경손이 아버지(윤종수)가 서울에 왔다고 알린다. 그 말에 박 씨는 올라는 왔으니 한 번은 얼굴을 볼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옥화는 마을 나온 이유를 만들었으니 정작 가볼 데를 가겠다고, 조 씨는 항상 여학생 차림을 하는 옥화의 차림새를 보면 속으로 비웃으며 천박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경손이는 서울아씨에게 대복이가 주제넘게 아씨보고 얌전한 부인네라고 말했다고 격분한다. 서울아씨는 그제서야 아까 대복이의 저녁 밥상을 차리러 나서는 이변을 깨닫고, 경손이가 눈치챈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안심할 수 없어 속을 떠본다. 그리고는 경손이에게 그런 말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고 무시하라고 한다. 경손이는 알겠다고 한 후 물러가려다가 돈 이 원을 갚을테니 빌려달라고 부탁한다. 서울아씨는 이 원을 주며 그냥 가져다 쓰라고 한다. 오늘 경손이와 서울아씨 둘이 서로를 상냥하게 대하는 것도, 용돈을 주는 것도 전고에 없던 일이었다

경손이는 삼남이를 통해 사랑에 있는 춘심이를 부른다. 삼놈이는 경손이가 말한 대로 한 여인네가 춘심이를 찾는다고 전한다. 윤 영감과 춘심이 모두 춘심이네 집에서 누가 부르러 온 줄 알고, 춘심이는 잠깐 밖으로 나간다. 춘심이는 경손이를 발견하고는 부른 사람이 경손이임을 눈치챈다.

둘은 춘심이가 윤 영감 댁에 세 번째로 갔을 때 처음 만났다. 이 둘의 첫만남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경손이가 윤 영감 몰래 라디오를 만지고 놀고 있는데, 갑자기 춘심이가 들어왔다. 춘심이는 고 도련님이 이쁘게도 생겼다고, 동무하고 싶다고, 경손이는 다른 애들과 다르게 깜찍하니 이쁘게는 생겼다고 생각한다. 둘은 서로에 관해 물으면서 친해진다. 그 뒤로 둘의 연애는 급속도로 발전해 영화관, 청요릿집 등을 다닌다. 그사이 서로 향수, 수놓은 손수건 등을 주고받기도 했다.

경손이는 춘심이에게 극장 가자 꼬시자, 춘심이는 윤 영감에게 아버지가 아파 어머니가 왔다고 거짓말을 하고 경손이와 놀러 나간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이런 글은 남겼다. “안에서는 여자의 인구가 남아돌아가고 밖에서는 계집이 모자라서 소비 절약을 하고 아무래도 시체의 용어를 빌려오면, 통제가 서지 않아 물자 배급에 체화(滯貨)와 품부족(品不足)이라는 슬픈 정상을 나타낸 게 아니랄 수 없습니다.”

 

12. 세계사업 반절기

 

이야기는 이제 종수로 넘어간다. 옥화와 우민관 앞에서 만나기 전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종수는 열일곱 살, 서울로 올라와 입학시험을 준비하지만, 세 차례나 낙제한다. 종수가 스무 살이 되어 네 번째 도전하던 그해 아우 종학이 우등 성적으로 수석으로 입학한다. 종수는 이런 상황이 되자 애초에 하고 싶지 않았던 공부를 포기하고 주색에 빠져 산다. 윤 영감은 공부를 시켜 고등관으로 군수가 되는 일을 포기하는 대신 군 고원, 본관, 서무주임, 군수로 찬찬히 올라가는 방법을 택한다. 마침 종수도 집안 눈치를 보지 않고 고향에서 마음 놓고 놀 수 있다는 것에 혹해 윤 영감의 뜻에 따른다. 하지만 삼 년 동안 종수에게 들인 돈이 운동비 목적으로 일만삼천 원에 종수가 운동비 구실로 가져간 이만 원, 종수가 윤 영감의 도장으로 수형 뒷보증이나 토지를 담보로 빌린 돈 등 도합 십만 원이 넘는다. 윤 영감은 그런 종수에게 한낱 고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닦달하며 잔소리하지만, 십 년 계획 중 이제 겨우 삼 년밖에 안 지났기에 종수는 유유히 놀아 다닌다. 그런 종수는 돈이 필요해지면 거짓 윤 영감의 수형 뒷보증이나 윤 영감에게 운동비 명목으로 돈을 만든다. 그리고 이번에 서울로 올라온 이유도 윤 영감에게 돈을 타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의 수족인 병호와 연락이 되지 않아 그를 찾아다닌다. 그러던 중 옥화와 마주치게 된다. 그 후 여관에 돌아와 윤 영감에게 돈을 받을까 병호를 더 기다려 볼까 고민을 한다. 얼마 뒤, 병호가 찾아온다. 병호는 종수가 돈이 필요하다고 하자 수형을 일단 써보고 윤 영감을 찾아가 보라고 한다. 종수는 자신의 도장만 찍어서 수형을 쓰자, 병호는 그의 도장만 가지고 수형을 바꿔줄 리가 없기에 제집으로 가서 세 시간 동안 누워있다가 온다. 이 사실을 모르는 종수는 병호의 말대로 윤 영감의 도장도 찍는다. 병호는 그 수형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어 놓는데, 그 속셈은 종수가 윤 영감에게 돈을 타면 이 수형이 소용이 없으므로 대개는 잊어버리기에 자신이 쓸 속셈이었다.

병호는 여학생 오입을 종수에게 추천하는데, 종수는 진짜 여학생이냐고 의심한다. 병호는 대개 맞는다며 널리 한 대서 요샌 뚜쟁이 집이라고 하지 않고 세계사업사라고 부른다고 말한다. 종수는 병호의 말에 비웃으며 세계사업사 내력에 관해 설명한다. 연전에 어떤 뚜쟁이의 구혈을 경찰이 엄습했는데, 심문을 하니 그 조직이 맹랑할 뿐 아니라, 이름은 세계사업사라고 밝혀진다. 물론 별 의미는 없고 숨기기 위해 엉뚱한 명칭을 붙인 것이다. 아무튼, 그때부터 뚜쟁이 집을 세계사업사라고 부르며 공공연한 은어가 된 것이다.

여학생을 접해보지 않은 종수는 병호의 말에 혹해 뚜쟁이 집으로 간다. 종수는 들어오는 여학생의 모습을 보면서 순결을 의미하는 여학생을 맞이하느라 싶은 일종의 엄숙한 기분에 잠긴다. 그리고 여학생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둘은 깜짝 놀란다. 여학생이 바로 윤창식(종수의 부친)의 둘째 첩 옥화였던 것이다. 옥화는 바로 도망가고 종수도 뒤늦게 정신 차려 쫓기듯 도망간다.

 

13. 도끼자루는 썩어도

 

이 장은 아홉 시, 윤종학의 아버지 윤 주사는 어젯밤부터 시작한 마작판을 계속하고 있는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이 방은 선반 위에 낡은 한서가 쌓여있고 구석에는 고려자기를 넣어둔 유리창에는 가야금을 세워져 있는데, 이로 인해 더욱 운치를 준다. 이 방 주인의 교양이 상스럽지 않은 것 같으면서 노름에 빠져 있으니 성품이 저속해 보인다.

한창 노름에 골두하던 윤 주사는 윤종학이 머무는 동경에서 전보 한 장을 받는다. 윤 주사는 노름판에서 시간을 끌기 위해 전보를 보고는 아무렇게나 꾸겨 집어넣는다.

 

14. 해 저무는 만리장성

 

다음 날 여섯 시, 윤 영감은 잠이 깨자마자 독소(소변)을 뽑아내어 쏟아져 나오는 액체를 손바닥으로 받아 눈을 씻는다. 매일 아침 소변으로 눈을 씻으면 시력이 쇠하지 않는다는 보안법을 하는 것이다. 또한, 음양을 알기 전 어린애의 오줌을 받아먹으면 몸에 좋다는 말에 이웃 집 아이의 오줌을 돈 주고, 받아 마시기도 한다. 그 후, 몸을 충실히 하여 오래오래 살고 싶은 윤 영감은 보건 체조를 하고 삼과 용을 넣은 보약을 마신다. 이런 윤 영감의 욕심은 역사적 인물인 진시황의 영생불사를 위한 노력과 비교된다. , 윤 영감이 재산을 지켜내면서 늘리고, 군수와 경찰서장을 양성하는 것은, 진시황으로 치면 오랑캐를 막아 진나라를 보호하려는 만리장성을 쌓는 것과 다름없다.

아침 여덟 시, 윤 영감은 오후에 석 서방과의 수형 조건으로 일천오십 원의 이익을 볼 것과 춘심이와 이러쿵저러쿵하게 될 것에 행복해한다. 경손이는 어젯밤 춘심이와의 유흥하던 추억에 싸여 여념이 없으며, 추월색에 빠져 오만 시름을 다 잊은 채이다. 두 동서는 바느질에 여념이 없고, 고 씨는 술이 잔뜩 취해 새벽에 들어와 여태 태평몽을 꾸는 중이다. 종수 역시 병호와 기생들과 같이 태평몽이고, 옥화는 간밤의 일이 걸리긴 하지만 윤 주사에게 알려져도 그다지 섭섭할 것이 없다고 안심한다. 윤 주사는 마작으로 돈을 잃긴 했으나 새벽녘에야 잠이 들어 동경에서 온 전보의 사단에 대한 걱정이 없다. 이렇게 윤 영감댁의 사람들은 모두 천하태평으로 지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아홉 시가 되자마자 춘심이는 윤 영감을 찾아간다. 윤 영감도 춘심이를 반가워하며 얼른 반지를 사러 가자고 한다. 춘심이는 일전에 마음에 들었던 칠 전 오십 전 반지를 찾지만 매진이 되었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반지를 보고는 윤 영감에게 사달라고 한다. 윤 영감은 더 비싼 반지를 사겠다는 춘심이의 말에 반지 가게 직원과 가격을 가지고 실랑이를 한다. 직원은 윤 영감에게 할아버지가 손녀애기에게 반질 사주시자면 좀 더 쓸 만한 걸루.” 하라고 말한다. 이 말에 연인 사이인 그들에게 그런 말을 하자 윤 영감은 기분이 상했으나 그런 것을 가지고 나무랄 수 없어 속으로 창피해한다. 춘심이는 이를 이용해 이거 꼭 사주어예지, 난 싫어요.”란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이에 윤 영감은 사주지만 일방적으로 직원에게 에누리를 요구한다. 실랑이를 벌이고 열한 시가 돼서야 반지를 사고 나온 윤 영감은 춘심이에게 오늘 저녁에 일찍 오라고 한다. 윤 영감은 춘심이와 헤어지고 나서 자택을 돌아와 저녁에 춘심이와 사랑하게 될 행복에 취해 있다. 그런 윤 영감에게 갑자기 양복 입은 청년이 다가온다.

윤 영감은 더러 찾아오는 양복쟁이들에게 돈을 뺏긴 일, 성가시게 구는 생명보험회의 외교원 등의 일을 겪었던 터라 그 양복쟁이를 피하려 한다. 하지만 먼저 양복쟁이는 윤 영감의 방문을 열고, 다행히도 그는 낯선 양복쟁이가 아닌 종수였다. 종수가 어젯밤 병호의 말을 듣고 윤 영감에게 운동비 명목으로 유흥비를 타기 위해 온 것이었다. 종수는 돈을 타기 위해 거짓을 말하는데, 윤 영감은 미심쩍지만 속는 셈 치고 종수에게 돈을 내준다.

 

15. 망진자는 호야니라

 

다음 날 아침, 고 씨를 제외한 윤 영감네 식구들은 두 동서, 태식이, 서울아씨는 안방에 있고, 그들의 옹위 아래 윤 영감이 종수더러 훈계하고 있다. 윤 영감은 아우 종학이는 착실하고 내후년에 대학교를 졸업하는데, 형놈이 겨우 군서기를 하고 있을 거냐고 말한다.

이때 마당에서 기침 소리가 나는데, 윤 주사가 간밤에 동경에서 온 전보를 전하기 위해 억지로 온 것이었다. 윤 영감은 윤 주사가 온 것을 보고는 돈 달라고 온 거냐고 핀잔을 준다. 윤 준사는 점잖게 동경에서 온 전보의 내용을 전한다. “종학이놈이 경시청에 붙잽혔다구요!” 이 말에 윤 영감은 놀라고 윤 주사는 윤 영감에게 간밤의 전보를 드린다. “종학, 사상 관계로 경시청에 피검윤 영감은 내용을 읽고는 사상 관계라니?”라고 말한다. 윤 주사는 그 말에 그놈이 사회주의에 참예를...”라고 외친다. 윤 영감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같이 매우 놀라 정신이 아찔함을 느낀다. 윤 영감에게 사회주의를 하는 것은 부랑당패가 백길 천길로 침노하는 그것보다도 더 분하고 무서운 것이었다. 윤 영감은 격분하여 아무 소리나 크게 외친다. “그놈이 경찰서장 허라닝개루, 생판 사회주의 허다가 젭다 경찰서에 잽혀? 오사육시를 할 놈이, 그놈이 그게 어디 당헌 것이 라구 지가 사회주의를 히여? 부잣놈의 자식이 무엇이 대껴서 부랑당패에 들어?” 그리고 조선 말에 대해 화적패와 부랑당 같은 수령이 있던 말세년이라고 평하고, 일제강점기인 당시가 순사들이 공명한 정사를 행하고 수십만 명의 동병이 조선을 보호해주고 있으니 고맙고 좋은 세상이니 곧 태평천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태평천하에 태어난 부잣놈의 자식이 더군다나 왜지가 떵떵거리구 편안허게 살 것이지. 어째서 지가 세상 망쳐놀 부랑당패에 참섭을 헌담 말이여.”라고 덧붙인다. 윤 영감은 계속해서 사나운 포효를 한다. 식구들이 사랑에서 점점 물러나며 이야기가 마친다.

 

 감상

 

아마도 대부분은 채만식과 그의 태평천하에 대해 한 번씩은 들었을 것이고, 일부는 책을 읽기도 했을 것이다. 고등학생 시절, 모의고사에서 국어 지문으로 짤막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공부할 때, 단순히 종학이 긍정적인 인물, 윤 영감은 부정적인 인물로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관련된 자료를 읽으면서, 몇 가지 의문이 생겼다. 대표적으로 그중 하나는 저자가 종학을 단순히 긍정적인 인물로만 설정하고 직접 등장시키지 않는 것이었다. 저자는 종학이 어떤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주지 않는다.

이 소설의 진행 방식이 특이하다고 느꼈다. 주인공은 윤 영감이지만 윤 영감 댁 식구들의 하루하고도 반나절의 행적을 서술하고는 결말 부분에 종학이 잡혔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 것으로 끝을 난다. 그래서 읽으면서 소설임에도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내용을 곱씹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윤 영감 댁 사람들의 행적을 묘사하는 것은 서사로서 당시의 시대 상황에 관한 서술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저자의 표현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윤 영감의 집안, 더 크게는 일제를 무너뜨리는 것이 윤종학 즉, 독립운동가라는 말을 하기 위해 우회적으로 진 나라의 역사를 이용했다는 부분에서 더욱 그러했다. 진시황이 만리장성으로 막으려 한 진 나라의 멸망을 진시황의 아들, 호야가 했음으로 표현한 것이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그리고 저자는 한 문장 문장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우회적으로, 적절하게 표현하는 치밀한 노력이 엿보여 진실로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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