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EnerTravel입니다.
오늘의 BookTok은『자본론』 서평, 독후감, 요약, 리뷰 글입니다.
저자소개
칼 하인리히 마르크스는 1818년 5월 5일에 독일 라인주 트리어시에서 유대인 기독교 가정의 7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변호사인 아버지 하인리히 마르크스는 칸트 철학의 신봉자로서 가족들에게 휴머니즘적이고 계몽주의적인 사상을 면밀히 교육하였다. 어머니 헨리에테는 자녀들에게 지적으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대식구의 생활을 잘 꾸려나가는 주부였다. 유태인에 대한 불이익을 피하고자 개신교로 개종한 집안에서 태어난 마르크스는 트리어에 있는 프리드리히 빌헬름 김나지움에 들어가 많은 것을 배웠다.
마르크스는 이후 줄곧 인간들은 사회적 경제적 환경에서 고립되거나 추상될 수 없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했으며 자신의 일생이 인류의 행복과 해방을 향한 것임을 약속했다. 글 마지막에 “온 힘을 다해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택한다면 ... 우리는 초라하고 제한된 이기적인 기쁨을 향유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행복은 수백만 명의 행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인간 마르크스의 실천적 삶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읽어낼 수 있다.
마르크스는 1856년부터 집필을 시작하여 1867년에 『자본론』 제 1권을 출판한다. 『자본론』 은 상품에 대한 분석에서 출발하여 자본을 중심으로 자본주의 경제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밝히면서 자본주의가 내적모순에 의해서 붕괴될 수밖에 없음을 규명하고 있다. 여기에는 노동가치설, 잉여가치와 착취, 생산 부문간의 불균형적 생산,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 실업자의 증가, 공황의 발생 등 자본주의 경제의 운동 원리와 그 문제점을 분석한 풍부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자본론』 1권은 생전에, 그리고 2권 3권은 사후에 엥겔스에 의해 출판되었다. 마르크스는 1850년대 이후 계속된 정치경제학 연구와 더불어 공산주의 혁명을 위한 이론적, 실천적 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유럽 노동조합조직인 ‘국제노동자협회’(제 1인터내셔널)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는 협회의 창립선언과 규약을 작성하는데, 이것들은 프롤레탈리아 계급투쟁의 전략과 전술을 설정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내용 요약
(1)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살게 되었고, 자본주의 작동의 기본 원리들을 아무 의심 없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왔다. 가령 물건의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며 사람들이 이것을 어떻게 사고 파는지에 대해, 매일 수행하는 일임에도 그 이면에 존재하는 원리에 대해 생각해보지는 않는다. 자본주의의 태동기에 살았던 마르크스가 밝히고자 했던 것이 바로 이 자본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한 것이었고, 자본론은 이러한 마르크스의 의문에서 시작하여 완성된 글이다.
서문에서 “현재 사회의 경제적 운동법칙” 해명을 글의 목표로 삼은 마르크스는 자본론의 서두에서 ‘상품’에 관해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어떤 물건은 그것이 사용됨으로써 가지는 가치와 교환됨으로써 가지는 가치를 함께 지니는데, 전자의 경우를 그는 ‘사용가치’로 개념화한다. 마르크스는 상품을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인간 외적 요소’로 정의하였는데, 이처럼 특정 물건이 가지는 유용성이 바로 사용가치인 것이다. 반면 후자의 가치를 그는 ‘교환가치’라고 부르는데, 이는 물건이 다른 물건과 교환될 때 이루는 비율과 관련이 있다. 가령 밀 1쿼터는 x량의 구두약, y량의 명주, z량의 금 등과 동일한 크기를 가진 것으로 여겨지며 대체/교환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물건들이 이루는 1:x;y:z(:......)의 비율이 교환가치라는 것이다.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이해하는데 주의해야할 점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된다. 첫 번째는 교환가치에 관한 것이다. 그는 교환가치를 설명하면서, 교환가치는 교환가치와 구별되는 어떤 내용의 표현양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즉, 교환가치는 그 자체와 관련 없이 그 양을 일률적으로 측정하는 단위를 가진다는 것인데, 마르크스는 이 단위를 ‘(상품의)가치’라고 설명한다. 이는 1:x:y:z의 비례식 뒤에 =X가 존재함을 의미하며, 현재 모든 물건의 가치가 가격(화폐)이라는 동일 기준으로 측정되는 것과 유사하다. ‘가치’는 해당 물건을 만드는데 투입된 노동의 양에 비례하며, 그러므로 노동생산성에 영향을 받는다.
두 번째 주의할 점은 물건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사이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마르크스는 물건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각각 질(質)과 양(量)으로 대응시키며, 따라서 교환가치 안에는 사용가치가 조금도 포함되어있지 않다고 서술한다. 하지만 이는 교환가치와 사용가치 간의 배타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용가치는 교환가치의 담지자가 되며, 일정 사용가치가 부여되지 않은 물건은 교환가치를 지니지 않음을 그는 분명히 밝힌다. 다만, 위의 구절은 교환되는 모든 물건이 사용가치를 가짐을 전제로, 교환가치를 ‘가치’라는 동일한 기준을 이용해 수량화하기 위해 사용가치가 ‘사상(捨象)'됨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사용가치가 사상된 물건은 인간노동력이 흘러나와 굳은 결정에 불과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 교환가치를 ’가치‘라는 단위로 묶기 용이했던 것이다.
가치와 상품에 대한 그의 설명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구분했다는 점이다. 물건의 유용성이 교환 시의 가치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통해, 그는 ‘사용되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의 원래 목적을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물건의 가치가 동일한 기준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해 신뢰할만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가치가 노동의 양에 따라 좌우됨을 밝힘으로써 덧붙인, 생산성의 향상과 물적 부의 양적증대가 사회의 가치총량과 무관하다는 이론 역시 주목할 만하다.
(2) 교환가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점은 그것이 교환가치와는 구별되는 어떤 내용의 표현양식이라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서라도, 단순히 ‘상품이 사용가치임과 동시에 교환가치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옳지 않다. 이는 상품의 가치형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이해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상품의 가치는 물건의 무게에 비유될 수 있다. 어떤 물건을 들었을 때, 그것이 무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무게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르며, 이를 알기 위해서는 무게 추를 이용해 이를 가늠해보아야 한다. 상품의 가치 역시, 추상적 인간노동이 투입되었다는 사실이 그 상품이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하지만 그 하나의 상품만 가지고는 그 가치가 얼마인지 파악할 수 없다. 물건의 무게를 알기 위해 무게 추를 활용했듯, 어떤 상품의 가치 파악을 위해서는, 또 다른 상품과 비교해보아야 한다. 가령, 20미터의 아마포는 다른 상품과의 비교가 없이는 그 가치가 얼마인지 파악할 수 없다. 20미터의 아마포가 1개의 저고리와 같은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을 때, 비로소 아마포가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위의 경우에서처럼, 그것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다른 상품을 이용하는 상품을 제 1 상품이라고 부르며, 이렇게 파악된 상품의 가치를 ‘상대적 가치형태’ 라고 부른다. 반면, 상대적 가치형태 파악을 위해 특정 상품과 비교되는 또 다른 상품을 제 2상품이라고 부르며, 이것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등가형태’ 라고 정의한다. 위의 경우에서 아마포는 상대적 가치형태를, 저고리는 등가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즉,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형태는 그 상품이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느냐, 혹은 다른 상품의 가치를 표현해주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주의할 점은, 어떤 상품은 고립적으로 고찰될 때는 교환가치의 형태를 취하지 않으며, 또 다른 상품과의 가치관계, 혹은 교환관계 안에서만 이러한 형태를 지닌다는 것이다. 즉, ‘어떤 상품이 사용가치이자 교환가치이다’라고 단순하게 말해서는 교환가치의 이러한 특성을 알 수가 없으므로, 틀린 표현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마포와 저고리를 비교하여 가치를 파악한다고 했을 때, 그 두 상품이 어떻게 질적으로 동일한지에 대한 정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마르크스는 서로 다른 상품들이 질적 동일성을 띄는 것은 모든 상품이 인간노동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추상적 인간노동’이라고 불리는 것인데, 이는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현실의 노동과는 다른 개념으로, 동등한 질의 노동이 특정 상품을 만드는데 얼마나 투입되었는가를 바탕으로 상품의 가치를 결정한다. 쉽게 말하자면, 인간노동은 상품 가치의 단위가 되며, 다른 상품과의 비교를 통해 도출되는 교환가치의 실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상품의 가치형태는 다른 상품과의 비교를 통해서만 도출된다. 앞선 비유에서, 어떤 물건의 무게가 무게 추와의 비교를 통해 특정 단위로 도출되었듯, 어떤 상품의 가치 또한 다른 상품과의 비교를 통해 ‘추상적 인간노동의 투입량’으로 도출된다. 그리고 이 ‘추상적 인간노동의 투입량’ 에 따라 상품의 가치형태가 결정되며, 물물교환의 시대 이후에는 이것이 화폐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3) 앞서, 마르크스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에 대해 설명함과 동시에, 상품의 가치가 다른 상품과의 비교를 통해 결정된다고 하며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형태의 개념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이는 상품의 가치가 어떻게 화폐단계에 이르는지를 설명하는 단계에 불과하다. 마르크스는 한 상품이 다른 상품과 비교되면서 가치가 형성되는 과정을 4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제 1 형태는 하나의 어떠한 상품이 다른 상품과 1대 1로 비교되는 형태이다. 가령, 20미터의 아마포가 1개의 저고리와 같음을 비교하는 것이 제 1형태에 속한다. 제 1 형태에서는 등식의 좌우를 바꾸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 20미터의 아마포=1개의 저고리라고 쓰게 되면, 아마포가 상대적 가치형태를, 저고리가 등가형태를 띠며, 1개의 저고리=20미터의 아마포라고 읽으면 아마포와 저고리가 각각 반대의 역할을 하게 된다.
제 2 형태는 하나의 특정 상품이 다수의 상품과 비교되는 형태이다. 전개된 상대적 가치형태라고 하는 것인데, 상품 하나가 여러 상품과 비교된다. 20미터의 아마포=1개의 저고리 혹은 10그램의 차 또는 40그램의 커피 또는... 과 같이 전개되는 것이 제 2 형태의 구체적 예시이다. 아마포에 대응되는 모든 상품들은 아마포의 가치를 보여주는 거울의 역할을 하는 특수한 등가형태를 지닌다. 하지만, 이러한 전개된 상대적 가치형태는 무수히 연계되기는 해도, 상품의 무한한 종류 때문에, 미완성 상태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
제 3형태는 제 2 형태의 한계를 보완하는, 일반적 가치형태이다. 제 2 형태의 전개된 상대적 가치표현에서, 특정한 한 가지의 상품이 전개된 상대적 가치표현에서 제외되어, 모든 상품의 가치를 나타낼 수 있는, 객관적 고정성과 일반적인 사회적 타당성을 가진 일반적 등가물이 된 형태가 일반적 가치형태이다. 아마포라는 하나의 상품이 다른 모든 상품과의 직접적 교환가능성의 형태를 띤다면, 이 아마포는 일반적 등가물이라고 할 수 있고, 아마포와 다른 상품간의 관계는 일반적 가치형태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반적 등가형태에서는 모든 상품의 가치가 일반적 등가인 아마포로 표현되기 때문에, 아마포를 제외하고도, 상품 간의 객관적 가치비교가 가능해진다. 40그램의 커피와 10그램의 차의 가치가 20미터의 아마포로 표현된다면, 40그램의 커피=10그램의 차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제 4 형태는 제 3 형태인 일반적 가치형태와 동일하지만, 일반적 등가가 아마포가 아닌, 금으로 나타나는 형태이다. 제 3형태에서의 아마포가 직접적 교환가능성의 형태를 띤 상품에 불과했다면, 제 4형태의 금은 직접적 교환가능성과, 사회적 관습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제 3형태에서는 전개된 상대적 가치형태를 이루는 특정 사물이 일반적 등가의 형태를 띠지만, 이에는 사회적 관습이 포함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화폐로 작용할 수 없다. 즉, 일반적 등가가 사회적 관습에 의해 특정한 현물형태와 일체화 될 때, 화폐형태가 발현하게 된다.
여러 가지의 제 1 형태가 모인 것이 전개된 상대적 가치형태인 제 2 형태이고, 제 2 형태를 거꾸로 보아 그 미완성을 없애고 일반화 시킨 것이 제 3형태이며, 제 3형태에서 일반적 등가를 사회적 관습을 가진 금으로 바꾼 것이 제 4 형태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제 1 형태는 제 4 형태인 화폐 형태를 낳는 맹아라고 할 수 있다.
(4) 마르크스는 어떤 물건이 사용가치로 남아있을 때는 아무런 신비성도 가지지 않지만, 그것이 상품으로 나타나자마자 초감각적 물건이 되어버린다고 설명한다. 마르크스는 이를 상품의 물신성(物神性)이라고 부른다. 이는 마치 신이 인간 두뇌의 산물에 불과함에도 스스로 생명을 가진 자립적 존재로 세상에 존재하듯이, 상품이 인간 노동의 산물임에도 자립적 위치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품의 이러한 특별한 지위는 상품이 사적 개인의 노동생산물이라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개인의 사적 노동은 노동생산물의 교환과정에서 형성되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성격을 얻는다. 즉, 노동생산물은 교환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하나의 사회적으로 동등한 객관적 실제인 가치를 획득한다. 그리고 상품이 일정한 사회적 욕망을 충족시키고, 사적 노동이 유용노동의 성격을 띠기 위해서는 각각의 특수한 사적 노동들이 서로 교환되고, 서로 동등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해야한다. 이렇듯 사적 노동 간의 현실적 차이들이 사상(捨象)되고, 모든 노동이 인간 노동력의 지출이라는 공통의 성격으로 환원될 때에만 비로소 상이한 노동들의 노동화가 이루어진다.
노동생산물을 교환할 때 생산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기의 생산물로 타인의 생산물을 얼마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교환 시의 비율은 그 상품이 가지고 있는 가치 량에 따라 달라지며, 그러한 가치 량을 결정하는 것은 노동의 형태가 아닌, ‘노동화’된 노동이 얼마나 투입되었는지에 관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화폐형태는 이러한 교환형태의 완성품과 같은 것이지만, 이는 사적 노동의 사회적 성격을 폭로하기보다는, 그러한 성격을 물건들 사이의 관계로 나타내면서 은폐하고 있다.
(5)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그리고 화폐형태의 형성을 설명했던 마르크스는 세 가지의 구체적 예시로 이를 뒷받침한다. 무인도에 고립되었던 로빈슨 크루소, 유럽의 중세시기, 자유인의 연합체가 바로 세 가지의 예시이다.
로빈슨 크루소는 무인도에서 홀로 고립되어 살았고, 그에게 있어 상품은 유용노동의 결정체, 즉 사용가치로서만 의미가 있었을 뿐이었다. 스스로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사용하였으므로, 상품의 교환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로빈슨 크루소의 예는 상품의 사용가치라는 개념을 잘 보여준다.
유럽 중세 시기에서는 인격적 예속이 물질적 생산의 사회적 관계와 이에 의거하고 있는 생활의 여러 부문들을 특징짓는다. 즉 타인에 대한 의존성이 나타나고, 물건이 교환가치를 획득한 시기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환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유럽 중세에서는 일반화된 노동, 따라서 상품의 일반적 가치가 등장하지 않는다. 노동과 생산물은 다만 부역과 공납의 형태만을 취한다.
자유인들의 연합체는 ‘공동소유의 생산수단으로 일하며, 또 각종의 개인적 노동력을 하나의 사회적 노동력으로 의식적으로 지출하는’ 공동체이다. 이 시기의 노동은 ‘사회적 차원에서 구현되는 유용노동’ 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시기의 상품생산자들은 자기들의 노동생산물을 상품으로 취급하고, 개별적 사적 노동을 동질적 인간노동으로 관련짓는다. 즉, 자유인들의 연합체에서는 상품의 교환가치 발현 이후 화폐형태가 자리 잡는 과정과 관련되어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상품이 교환가치를 지닌다고 해도, 상품 스스로 시장에 걸어가 자신을 다른 상품과 교환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상품의 교환이 상품 자신이 아니라 상품 소유자에 의해 일어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교환이라는 것은, 상품 소유자가 상대방을 사적 소유자로 인정한 상태에서, 계약의 형식을 취하는 법적 관계가 된다. 이를 마르크스는 ‘경제적 관계들의 인격화’ 라고 지칭한다.
상품 소유자가 자신의 소유물을 교환하려 한다는 사실에는, 그가 자신이 가진 상품에서 사용가치를 발견하지 못해야 한다는 전제가 달린다. 상품이 사용가치가 있다면, 상품 소유자가 굳이 이를 교환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품이 사용가치 이전에 가치여야 한다는 말과, 앞서 상품에 내재된 두 가지의 가치 중, 상품 자체에 속하는 것은 교환가치이고, 사용가치는 상품 그 자체와는 관련 없는 인간적 속성임을 밝힌 목적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가령, 나무로 된 책상이 다른 상품과 교환 될 수 있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가지는 것은 상품 내부의 특성에서 기인하지만, 나무로 된 책상을 책상으로 사용할지, 땔감으로 사용할 지는 인간의 선택에 의한 것이다.
요약하자면, 상품의 교환은 상품 소유자가 자신의 소유물에 사용가치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맞바꿈으로써 사용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일어난다. ‘상품이 사용가치 이전에 가치여야 한다.’ 는 말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주의할 점은, 상품이 가치 이전에 사용가치를 보여주어야만 교환 가능성을 획득한다는 것이다. 어떤 상품이건 그 주체가 정해지지 않은 ‘쓸모’ 가 있어야만 상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사용가치는 교환가치의 훌륭한 담지자가 된다.
(5) 교환가치의 형성이 화폐형태로 이행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상품 소유자들은 교환과정에서 자신의 소유물을 다른 모든 상품의 일반적 등가로, 타인이 소유한 소유물들을 특수한 등가물들로 보기 때문에, 그 어떠한 상품도 일반적 등가가 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특수한 상품이 일반적 등가가 되어 화폐형태가 발현하는가? 마르크스는 ‘태초에 행함이 있었다.’는 말로 이를 설명한다. 상품 소유자들이 본능적으로 상품의 법칙에 순응하여, 특정 상품에 일반적 등가의 권위를 주고, 자신이 가진 상품의 가치를 이에 비추어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물건을 교환하기 시작하면서 어떠한 하나의 물건 안에 내재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이중적 가치형태에 혼란을 느끼게 되고, 새롭고 독립적인 가치형태를 형성하고자 하는데, 이것이 바로 화폐형태가 된다. 즉 화폐형태의 발현은 상품의 출현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 교환가치가 될 가능성은 상품이 그 소유자에게 비 사용가치로 존재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원시 사회에서 상품의 교환은 공동체의 경계선에서 이루어진다. 교환의 초기 형태에서 양적 교환비율은 완전히 우연적이다. 단지 타인의 물건에 대한 욕망으로 자신의 소유물을 타인에게 양도하려는 과정에서 상품 교환이 나타난다. 관습은 상품 교환과정에서 상품의 가치를 점차적으로 고정시킨다.
하지만 이는 초기 교환과정의 형태이고, 직접적인 생산물 교환단계이므로 이러한 단계에서 가치형태가 발현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이후 상품의 수가 다양해짐에 따라 상거래가 발달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소유물을 제 3의 상품종류와 비교하여 한 가지 상품이 보편적인 등가형태를 가지게 되면 비로소 화폐형태가 나타나게 된다.
어떤 상품이 보편적 등가의 지위를 얻어 화폐가 되는가에 대해서 마르크스는 우연적이라는 설명에 두 가지 조건을 덧붙인다. 한 사회에서, 외부로부터 교환을 통해 들어오는 가장 중요한 물품이나, 양도 가능한 토착재산의 주요한 요소를 이루는 유용한 물건이 화폐가 된다는 것이다. 가령 유목민족에게는 가축이 화폐의 성격을 가졌고, 부르주아들은 토지를 교환에 이용하였다. 그리고 이후 일반적 등가라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데 적합한 귀금속이 화폐로서 정착되게 된다. 양적인 구별이 가능하고, 자유롭게 분할하고 합하는 것이 가능한 금과 은이 화폐로서 사용된다.
화폐로서 사용되는 금과 은은 상품으로서의 특수한 사용가치와 화폐로서의 형태적 사용가치라는 이중적 사용가치를 가진다. 그런데 이는 본래의 사용가치에 화폐가치라는 상상적 가치가 새롭게 부여된 것이 아니라, 원래 금, 은이 가지는 교환비율에 화폐가치가 부가적으로 달라붙은 것일 뿐이다. 즉, 화폐형태는 물건 그 자체에 외적이지 않고, 인간 이성의 자의적 산물 역시 아니다. 한 상품의 등가형태가 어떤 상품의 가치 량을 규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화폐 역시 다른 상품과의 비교를 통해 가치를 표현할 수밖에 없다. 결국 화폐가 다른 물건과 독립적으로 등가형태를 지닌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요약하자면, 모든 상품들이 하나의 상품으로 자신의 가치를 비교하여 그 상품이 화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품이 이미 화폐이기 때문에 이 상품이 다른 모든 상품들의 가치를 비춰주는 것이다.
(7) 가치 형태의 발전 과정에서 금은 가치 표현의 재료를 제공하고, 상품들의 크기를 동일한 명칭의 크기로 표현한다. 즉, 금은 특수한 등가형태가 화폐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일반적 가치의 척도로서 작용한다. 다만, 화폐 형태가 발전함으로써 모든 상품이 같은 단위로 측정될 수 있게 된 것이 아니라, 모든 상품이 같은 단위로 측정될 수 있기 때문에 화폐 형태가 발전하는 것이다. 여러 번 언급했듯, 모든 상품은 대상화된 인간노동으로, 특수한 상품에 의해 공통적으로 그 가치의 측정이 가능하다.
가치 형태의 발전에서, 초기 두 상품이 상대적 가치형태와 특수한 등가를 이루던 형태에서 여러 상품들이 무한히 긴 등식을 이루던 전개된 가치형태를 거쳐 화폐 형태에 도달하게 되면, 전개된 가치형태의 등식은 다시 x양의 상품 a=y양의 금이라는 1대 1 등식의 상대적 가치형태의 모습으로 환원된다.
화폐는 가격을 가지지 않으며, 현실적인 물체의 형태와도 구별된다. 금이 물건의 가치 표현에 재료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그 과정에서 실제로 금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가격 표현이란, 물건의 머릿속에만 있는 금과의 관계, 즉 상상적인 금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화폐는 여전히 금의 속성을 가지고, 그렇기 때문에 고정된 금의 양을 도량단위로 삼아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화폐로서의 금은 따라서 다음의 두 가지 기능으로 작용한다. 하나는 가치의 척도로서, 다종다양한 상품의 가치를 상상적 금량이라는 가격으로 전환한다. 다른 하나는 가격의 도량표준으로서 금량을 측정하고, 여러 가지 금량을 금의 단위량으로 측정한다. 쉽게 설명하면, 어떤 물건의 가치가 금량 a 이고, 다른 물건의 가치가 금량 b 일 때, 가치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금량을 ‘온스’라는 도량단위로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의 도량단위는 금의 가치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가령, 20미터의 아마포=금 1온스 라는 등식이 금의 가치 상승으로 20미터의 아마포=금 0.5 온스가 되어도 여전히 10온스의 금은 1온스의 금의 10배의 가치를 가질 뿐이다. 화폐의 이러한 성격을 전제로, 상품 가격이 오르는 경우는 크게 다음의 두 가지이다. 화폐가치가 불변할 때 상품가치가 상승하거나, 상품가치가 불변일 때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경우이다. 즉, 화폐가치의 변동이 상품 가격 변동으로 이어진다고 말하는 것은 전체적으로는 옳지 않으며, 상품가치가 불변할 때에만 부분적으로 성립한다.
금이나 은이 화폐로 쓰이면서, 화폐의 명칭은 금속의 무게명칭을 따랐으나, 점차 화폐의 명칭과 금속무게의 명칭이 분리된다. 그는 크게 다음의 세 가지 이유에서 기인한다. 외국에서 화폐가 수입되거나, 화폐로 쓰이는 금속이 저급금속에서 고급금속으로 변하고, 몇 백 년에 걸친 군주들의 화폐변조가 그것들이다. 외국에서 수입된 주화는 국내의 주화와 그 가치가 다르며, 은 1파운드는 금 1/15파운드의 가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은에서 금으로 화폐로 쓰이는 금속이 변했음에도 여전히 1파운드는 은을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화폐명칭이 그 무게명칭과 분리되는 것은 국민적 관습에 속하는 것으로 여겨졌으며, 종래에는 법률에 의해 규제됨으로써 법정 가격단위가 탄생하게 된다.
(8) 상품의 가치가 형성되는 데 상상적 금량이라는 개념이 동원됨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쇠 1톤이 금 2온스와 같은 가치를 가진다고 해서, 교환과정에서 쇠 자체가 화폐가 될 수는 없다. 쇠가 일반적 등가물이 되려면, 상상적 형태가 아니라, 실제로 금이라는 형태로 대체되어야한다.
이렇듯, 상품은 교환과정에서 그 형태가 변화된다. 교환은 상품의 성격을 사용가치로서의 상품과 화폐라는 가치로 분리시킨다. 상품의 형태변환이라는 것은 상품이 교환과정에서 화폐로 변했다가, 다시 상품으로 재 전환된다는 것이다. 가령, 아마포 생산자는 그의 노동생산물을 2온스의 금으로 바꾸고, 이렇게 얻은 화폐로서 그가 필요한 성경책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분업은 이러한 교환을 활성화시킨다. 분업을 통해 개인의 노동생산은 일면화 되지만, 그의 욕망은 반대로 다면화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노동생산물은 그에게는 교환가치로만 작용하며, 타인의 주머니에서 화폐를 끌어내려면 이는 반드시 타인에게 사용가치여야만 한다. 즉, 노동이 들어갔어도, 물건이 상품이 되려면 반드시 사회적인 욕망이 존재해야 하며, 특정 물품이 사회적 욕망의 총 합을 뛰어넘는 양만큼 생산된다면, 그것은 잉여물품이 되어버리고 만다. 마르크스는 이와 같은 이유로 상품이 화폐로 전환되는 제 1 변태를 상품의 ‘결사적인 도약’ 이라고 부른다. 요약하자면, 분업은 노동생산물을 상품으로 전환하고, 상품의 화폐로서의 전환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전환의 성공여부는, 마르크스가 ‘결사적’이라고 표현했듯 우연적으로, 사회적 요구에 따라 전환이 이루어질 수도 있고, 잉여물품으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다.
상품은 화폐인 금으로 첫 번째 변태를 한다. 금은 상품의 가치가 취하는 일반적인 모습으로, 그 자신을 자신의 수많은 사용가치 중 하나로 교환된다. 상품의 제 1 변태가 상품이 화폐로 전환되는 판매과정이라면, 이러한 판매과정 후 화폐가 특정 상품으로 재 전환되는 것을 상품의 제 2 변태, 즉 구매과정이라고 한다. 상품의 제 1 변태와 제 2 변태는 서로 반대의 방향성을 가지는 운동이지만, 교환과정에서 하나의 순환을 이룬다. 누군가에 있어서 제 1 변태는 상품이 화폐로 전환되는 판매과정이지만, 그의 상대자에게 있어서 이는 화폐가 다시 상품으로 재 전환되는 구매과정이 된다. 노동의 일면화 경향으로 인한 하나의 판매는, 욕망의 다변화가 가져오는 수많은 구매로 분산된다. 다시 말하면, 하나의 판매가 수많은 구매로 이어지며, 따라서, 한 상품의 최종변태는 다른 상품들의 제 1 변태의 총합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상품의 순환은 상품형태, 상품형태의 탈각, 상품형태로의 복귀라는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 상품의 순환과정은 다른 여러 상품들의 순환과정과 분리시킬 수 없을 만큼 뒤엉켜있는데, 이러한 과정의 전체를 마르크스는 ‘상품유통(Circulation of Commodity)'라고 부른다. 이러한 상품유통은 직접적 생산물교환과는 구분된다. 가령, 아마포 생산자가 그의 생산물을 팔아 성경책을 구매했다고 해서 아마포와 성경책이 직접적으로 교환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 중간 과정에 화폐가 매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환이 이루어지려면 반드시 상품이 화폐로 전환되어야 하지만, 반대로 상품으로의 재 전환이 즉시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 누군가가 구매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판매할 수 없지만, 자기 자신이 판매했다고 해서 즉시로 구매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9) 앞서 상품이 화폐로 전환되는 제 1형태, 화폐가 다시 상품으로 재 전환되는 제 2 형태가 얽혀 상품의 유통구조(Circulation of Commodity)를 구성함을 살펴보았다. 상품의 유통구조에서 상품은 화폐를 거쳐 다시 또 다른 상품의 형태로 돌아오며, 순환하는 상품운동을 형성한다. 판매행위를 통해 판매자에게 들어온 화폐는 또 다른 상품의 형태로 변이하면서 소유자로부터 멀어진다. 화폐는 끊임없이 어떤 상품소유자의 수중에서 다른 상품소유자에게로 옮겨간다. 이러한 과정이 화폐의 유통이라고 부르며, 상품운동과정에서 상품의 형태변환을 매개하는 화폐의 기능을 ‘유통수단으로서의 화폐의 기능’이라고 한다. 화폐의 유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은 상품가치가 화폐에서 독립적인 모습을 가지기 때문에 가능하다. 화폐는 가치가 동일한 상품을 이어주는 연결수단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화폐의 운동은 실제로는 상품 자신의 형태변환 운동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것은 유통영역 안에 얼마만큼의 화폐가 필요한지에 관한 것이다. 화폐는 유통수단으로서 언제나 유통영역 안에 머물러 있고, 시장에 있는 상품들의 가격총액과 화폐의 총액이 동등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단순히 유통영역 안에 있는 화폐의 양이 상품의 가격총액과 동일하지는 않다. 여기에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화폐재료의 가치가 변동하고, 상품의 가격이 변할 수 있으며, 유통이 이루어지는 속도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만약 상품의 가격이 고정되어 있다면 상품들의 가격 총액은 유통 중인 상품 량에 의해 변동될 것이며, 반대로 상품 량이 고정되어 있다면 유통되는 화폐량은 상품 가격의 변동에 의해 증감할 것이다. 상품의 가격과 상품 량 모두가 고정되어 있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상품들이 동시에 상이한 장소에서 따로 판매되었을 때 필요한 화폐량과 같은 장소에서 여러 번의 교환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질 때 필요한 화폐량은 차이가 있다. 가령, 2원의 가치를 가진 4개의 상품이 따로 판매된다면 유통에는 총 8원만큼의 화폐가 필요하다. 반면 2원의 가치를 가진 상품의 판매와 구매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면, 4번의 순환을 거치는 2원의 화폐만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두 경우 화폐가 실현시키는 상품가치의 총액은 8원으로 동일하지만, 분명히 사용되는 화폐량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다음의 수식이 도출된다.
유통과정에서 유통수단으로 기능하는 화폐량 = 상품의 가격총액/동일한 명칭의 화폐조각의 회전횟수 |
위의 수식을 통해, 동일한 명칭을 가진 화폐조각의 총 회전횟수를 알 때, 화폐조각의 평균회전횟수, 화폐유통의 평균속도를 도출할 수 있다. 이로서, 유통되는 화폐의 양에 작용하는 주요한 변수는 가격, 유통 상품의 양 그리고 화폐의 유통속도 세 가지로 압축된다. 이 세 가지의 요인은 동시에 각자의 방향으로 변동할 수 있으며, 그 변동 폭에 따라 서로의 영향을 상쇄시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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