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Tok/독서, 서평

중국의 기이한 전설 이야기 『요재지이(聯齋志異)』

EnerTravel 2024. 1. 4. 23:07
728x90

 

안녕하세요. EnerTravel입니다. 

오늘의 BookTok은 중국의 기이한 전설 이야기 『요재지이』입니다.

 

작품 소개

 

 

요재지이(聯齋志異)는 '요재가 기록한 기이한 이아기'라는 뜻으로 청대(清代) 포송령(薄松飴)이 전국의 기이한 민간전설과 짧은 이야기 약 500편을 채집하며 수록한 단편문언소설집(文言小說集)이다.  요재지이에는 온갖 귀신과 여우. 도깨비, 사물의 정령들이 출현하여 중국 고유의 무한한 환상의 세계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으며, 저자인 포송령은 필생의 정력으로 대작을 완성시켜 중국 문학사의 거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요재지이는 문언소설인 전기(傳奇)와 지괴소설(吉怪小說)'의 특징이 혼용되어 있으며, 현재 고대 중국인의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환상의 세계와 조우하여 형성된 한상(Fantasy) 문학으로 정의된다. 이는 당시 포송령이 느낀 불만족스러운 사회 현실과 이룰 수 없는 이상을 귀신과 요괴의 환상을 빌려 그 스스로의 감정과 뜻을 기탁했고, 포송령를 포함한 많은 지식인들이 이러한 기이한 이아기를 통해 일종의 정신만족을 이루었다. 8대 기서 중에 하나로 꼽히는 이러한 요재지이는 그 기묘한 이야기와 찬란한 문체를 통해 옛 중국인의 독특한 상상력과 미학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최고의 문언단편소설로서 요재지이는 현재까지 여러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변용이 이루어졌는데, 이른바 one-Source-Muti-Use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중 <섭소천(森小情) 편은 홍콩영화 <천녀유혼(情女幽 魂)> 으로 각색,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었다.

 

728x90

 

작가와 창작 배경

 

요재(聯齋)는 작자 포송령(蒲松齡)의 서재 명칭으로 그 자신을 지칭하는 아호이기도 하다. 그 스스로의 이야기를 담은 요재지이, 자서(自然)에서 자신의 외로움과 울분을 담은 '고분지서(孤慎之書)'라고 밝혀그 창작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탁월한 문장력과 문학적 재능으로 일찍이 명성을 날렸는데. 이후 32년간 과거제도에 연이어 급제하지 못하여, 한 몇힌 여생을 보내게 된다. 그로 인해 그는 과거제도와 사회현실에 크게 반감을 품게 되고, 일생일대의 저작을 완성시킨다. 그가 살았던 명말청초는 중국 역사상 가장 변화가 많았던 시기 중에 하나로 정치적으로는 반청복명의 민족투정과 농민의거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한편, 문화사상 면에서는 팔고문(八股文) 이외의 민족 반항의 사상이 담긴 저작을 업격히 통제하였다. 백성에 대한 잔혹한 수탈과 압박, 계몽적 민주사상 박해, 언론의 자유 박탈, 만주족 우대, 문자옥 등의 고압적인 전제정책으로 인한 암울한 상황 속에 포송령은 당시 저작 검열을 피하기 위해 기이한 이야기를 통해 비판의식을 드러내었다. 또한, 과거 급제에 실패한 유생의 생활은 실로 가난의 연속이었으므로, 그는 손수 농사를 짓는 등 일반 백성들의 처지를 십분 공감할 수 있는 입장이었다고 하겠다. 즉, 겉으로는 황당무게해보이는 500편의 이야기가 포송령의 가난과 실패로 점철된 일생의 비극을 담아년 결정체이자, 객관적 현실상황을 반영하여 자신의 의식을 드러년 강력한 현실성의 반영이기도 하다.


작품 분석 및 감상


내용 및 주제 <요재지이> 는 기존의 문언소설이나 백화소설보다 작가의식이 뚜렷한 경향을 보이는데, 500편의 방대한 이야기는 인간이 귀신과 여우 등 기이한 것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이야기를 집대성하였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포송령이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 즉 요재지이의 주제는 몇 가지 기준에 의해 분류할 수 있는데, 크게 세 갈래로 환상, 사랑, 진실로 나누는 경우 도 있는가 하면, 자유연애추구와 사회문제제기의 두가지 주제'로 나누기도 한다.

 

본 글에서는 포송령의 작가의식에 따라 사회현실 비판, 관리의 횡포 고발, 과거 제도에 대한 풍자, 자유로운 남녀관계, 인간의 윤리도덕 등 다섯가지 주제로 나누고자 한다. 과거급제에 실패한 그의 울분과 함께 당대의 민족 억압, 부패한 관리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수의 이야기에 포함되었고, 그를 넘어 인간의 윤리, 도덕을 찬미하고 전통을 타파하는 남녀간의 자유로운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러한 메시지를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넘어 저술함으로써 엄격한 검열을 피해가는 한편 그 시대상과 인간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투영하기도 한 것이다.

 

작품의 특징

 

포송령이 평생에 걸쳐 저술한 방대한 양의 요재지이를 몇 가지 특징으로 일축하기 어려우나, 각 단편에 전반적으로 뚜렷하게 드러나는 특징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첫째, 문언소설로서 우아하고 절제된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둘째, 그와 함께, 작품에 생동감과 친근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구어적인 표현, 속담과 방언이 활용되었다. 셋째, 대부분의 이야기는 실제적으로 현실사회에 있는 인물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며 구체적인 인명과 지명을 언급하기도 한다. 넷째, 작품의 개연성과 사건의 인과관계에 크게 치증하지 않았다. 다섯째, '이사씨(異史氏)는 말한다...'로 시작되는 작가의 생각이 일종의 편집자적 논평 역할을 한다. 앞서 언급한 다섯가지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포송령은 이야기의 마지막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여 그를 분명히 했던 것이다.

환상성, 혹은 환상문학에 대한 정의는 일반적으로 환상문학연구의 권위자인 츠베탕 토도로프(Tzvetan Todorov)의 것을 따르지만, 그 소재와 장르가 무궁무진하기에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므로 생략하도록 한다. 다만, 중국문학사 혹은 서사의 역사를 살펴보면, 환상의 주제가 여러 서사 장르를 관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중국 문학에서 '신(神); '기(奇)', '이(異)', '묘(妙)'등의 글자가 많이 출현하며, 이와 관련하여 유선시, 현언시, 지괴소설, 전기소설, 신마소설, 신선도화극, 환기론 등이 그것으로 이들은 결국 각기 모종의 환상성을 기반으로 한 중국문학의 장르나 양식을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중국의 근간이 되는 사상중에 하나인 유가에서는 '환상성'을 일찍이 배척하였다. 그것은 공자가 "괴상하고 신비스러운 일들에 대해 말씀하지 않으셨다(不語怪力亂神)"고 한 것을 시작으로 사실성을 강조하는 유가 학자들에 의해 이단으로 간주되었다. 여러 학자와 지식계층이 환상에 대해 이질감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백화소설은 물론 여러 문언소설에서 귀신과 요괴에 대해 다루는 것이 하나의 의문으로 남게된다. 본 발제문에서 그에 대한 답으로 유가의 오랜 전통으로도 묵살할 수 없는 중국인 고유의 상상력이자. 그것이 만들어내는 꿈과 환상의 세계가 결국 당대 사람들이 가장 즐겨 좋아하는 주제였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혹은 이승과 저승, 인간과 귀신, 자연과 초자연, 삶과 죽음에 대한 경계가 모호한 중국인들의 사고체계가 환상의 주제를 무리없이 수용하는데에 기반이 되지 않았을까.

인귀교혼(人鬼交婚) 

중국의 귀신관 중국의 귀신관은 고대인들의 두 가지 사상 '영혼불멸'과 만물유령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중국의 음양철학에 따르면 '영혼불멸'은 인간의 정신인 혼(魂)과 육체인 백이 사후에 분리되어 다시 혼이 신(神)과 귀(鬼)로 나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영혼불멸사상은 인간 뿐만아니라 만물에 적용되어 만물유령' 사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즉, 중국인들은 귀신을 귀(鬼)와 신(神)으로 이루어진 범신론적 존재로 보았다. 이렇듯 만물이 귀신이라는 생각 하에 중국 고대인들은 다양한 종류의 귀신을 믿었는데, <주역(周易)> 의 삼재사상(三材)에 의거하여 분류하자면, 하늘의 귀신을 천신(天神), 땅의 귀신을 지기(地祇), 사람 귀신을 인귀(人 鬼)로 분류하였고 그 외에 요사스러운 괴물이나 도깨비 등을 마(魅)라고 하였다. 여기서 인귀는 또다시 선한 신인 조상신(祖上神)과 악신인 사귀(邪鬼)로 나누었다." 다양한 귀신의 종류만큼 선과 악이 모두 존재하지만, 중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귀신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단지 상상 속의 허황된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이익에 도움을 준다고 믿어지는 신앙적이고 윤리적인 존재였던 것이다. 이러한 중국인의 귀신관이 뚜렷하게 드러난 작품을 꼽자면 요재지이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속에는 천신, 지기, 지시, 인귀, 매동의 온갖 귀신등이 층체적으로 등장하여 포송령이 영혼불멸과 만물유령 사상을 기반으로 상상을 전개했음을 알 수 있다. 

인간과 귀신 사이에 관계 속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아마 '운우의 정(雲雨之情)'일 것이다. '섭소천 이야기'로 대두되는 요재지이의 귀신과 인간의 사랑 이야기가 두 작품의 가장 큰 교집합으로 볼 수 있겠다. 이를 인귀교혼(人鬼交婚) 모티프라고 하기도 하는데, 사람과 귀신이 정을 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모티프는 중국의 환상 서사뿐만아니라 한국의 고전 소설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는 김시습의 금오신화'를 꼽을 수 있겠다. 


동일한 '인귀교환' 모티프를 공유하더라도, 그 작품의 기반이 되는 사상과 배경, 귀신에 대한 이해가 어떠한지에 따라 작품의 특징 및 구조가 달라진다. 동일한 중국 문학사 내에서도 인귀교혼 모티프에 대한 인식은 다소 달랐는데, 육조 이전까지는 인귀교혼의 주제 자체가 작품의 본 주제가 아닌 다른 주제를 강조하기 위한 보조장치로서 사용되었다. 당송 이래로 인귀교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다뤄지기는 하였으나, 그를 기이한 것 또는 현실세계를 어지럽히는 기피해야할 것으로 이해하고, 사건 보고적 시각에서 서술하였다. 이런 서술 관점은 요재지이에 이르러 비로소 극복되었다.

포송령은 인간과 귀신, 자연 모두 본질적인 구별이 없다고 하여 서로간의 조화를 이루는 관점에서 서술하였으며, 그로 인해 그의 소설의 결말은 인간과 귀신의 해피엔딩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비록 500편의 이야기 중에 이러한 주제의 것은 20개 안팎이지만 인간과 귀신과의 사랑, 더 나아가 자유연애에 대한 갈망이 뚜렷하게 두드러진다.

중국인의 사후세계 인식

 

중국인들은 만물의 기는 '음'과 '양'으로 나뉘어져 있고 들은 서로 연결되며 통일적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인간, 귀신, 이승, 저승 모두 동일한 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긴밀한 연관이 있어 본질적인 구별이 없다고 보았다. 포송령은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이승과 저승을 신기하고 조화로운 세계로 묘사했다. 요재지이의 상당수 작품은 사후세계를 인간세계와 같이 생동감있게 묘사하고 있으며 망자가 이승으로 돌아와 사람들과 교류하는 내용은 물론 산 자가 사후세계로 기행을 떠나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한 저승과 이승 간의 이동이 다른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명현의 공간적인 경계선이 상당히 모호하게 서술되어 있다. 


대표적인 작품 중에 하나가 <석방평(席方平)편> 이다. 석방평은 원수 때문에 고통 받는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육체를 떠나 저승으로 모험을 떠난다. 작품에서 묘사되고 있는 저승의 모습은 이승과 마찬가지로 군과 현 등의 단위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각을 다스리는 관리가 있으며 그들의 부패한 실상 역시 이승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저승에서 여러 고초를 겪은 석방평은 결국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고 저승에서 이승으로 돌아오는 결말이다. 석방평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과정에서 두 공간을 연결해주는 강이나 동굴 같은 특별한 매개체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마치 이승과 저승이 연결된 것과 같이 묘사되었다.

현실 사회 비판

앞서 <요재지이> 의 주제를 본 발제문에서 다섯가지로 나누겠다고 언급하였다. 그 중 사회현실 비판, 관리의 횡포 고발, 과거 제도에 대한 풍자가 강한 현실성을 드러내는데, 그 예로 <홍옥(紅玉)> 편을 들 수 있겠다. 어사인 송이 상여라는 사람의 아내를 탐하여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그의 아내를 빼앗아 오는 부분이 나오는데, 당시 관리들의 권력 남용이 어떠한 행태로 이루어졌는지 신랄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백성을 짓밟는 당시 사회의 모순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민족의 부조리하고 야만적인 착취에 대해 비판한 것은 <나찰해시(羅剎海市)> 편이 대표적이다. 작품 속 이사씨(異史氏)는 "분장한 얼굴을 환영하다니 마치 세상은 도깨비와 같다. 종기딱지를 먹는 버릇은 온 세상이 다 마찬가지다. 작은 부끄러움은 조금 좋아하고 큰 부끄러움은 아주 좋아한다..." 라고 말한다. 이는 미추(美醜)가 전도되어 시비선악(是非善惡)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청조 관리들의 야만성에 대한 비판으로 볼 수 있다. 포송령이 평생의 한으로 품었던 과거제도는 청초의 현실을 강력하게 보여주는 주제 중에 하나이다. 과거제도에 팔고문이 출제되면서 그 출제방식이나 문장 형식이 정형화되어 그에 대한 폐단이 아주 심하였다. <용비상공(龍飛相公)> 편에서 작가는 당시 선비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천편일률적으로 팔고문을 배우느라 썩히고 있고, 또한 '팔고문'으로 관리를 선발하는 것에 대한 모순을 꼬집고 있다. 포송령은 또한 당시 시험관의 무능력함과 부정에 대한 비판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는데, <하선>편에서 시험관들이 학문적인 능력이나 자질을 갖추지 못하고 제대로 된 훌륭한 문장을 가려낼 수 없는 학문적 무지를 보이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