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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 지식인의 해외여행, 서구 문명 체험기 『서유견문』

EnerTravel 2023. 12. 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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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nerTravel입니다. 
오늘의 BookTok은 개화기 지식인의 해외여행, 서구 문명 체험기-『서유견문』입니다.

 

 

 

책의 배경

 

서유견문은 유길준이 유럽과 미국을 둘러보고 쓴 기행문으로서 1895년 교순사에서 출간되었다. 유길준이 1881년, 26세의 나이로 신사유람단으로 파견되어 일본을 방문하면서 구상하였다. 1883년 9월 민영익을 전권 대신으로한 보빙사의 수행원으로 선발되어 이듬해  11월까지 미국에 체류하면서 얻은 갖가지 견문과 귀국할 때 유럽을 경유하면서 넓힌  견문과 지식을 바탕으로 엮은 책으로 한국최초의 본격적인 국한문혼용체이며 모두 20권으로 이루어져있다.   

 

 

저자소개

 

1856년 서울에서 유진수의 둘째아들로 태어난 유길준은 16세 때 개화파 박규수의 가르침을 받아 해외사정에 눈 떴다. 1881년 어윤중의 수행원으로 신사유람단에 참가해 이론을 방문하였고, 후쿠자와 유키치가 경영하던 게이오 의숙에 입학해 한국 최초로 일본 유학생이 되었다. 28세 때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의 주사로 임명, 보빙사 수행원으로 미국에 가서 한국 최초로 미국 유학생이 되었다. 미국 유학 중 갑신정변소식을 듣고 귀국해 연금생활을 하면서 《서유견문》을 집필했다.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 참의, 군국기무처 회의원이 되었으며 동부승지, 형조참의, 예조참의를 거처 의정부 도헌에 임명되었다. 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파천하자 일본으로 망명, 11년간 망명생활을 했다. 흥사단과 융희학교를 설립했고 노동야학회 고문, 국채보상금처리회장으로 활동했다. 58세 때 중앙학교장으로 선임되었고 이듬해  노량진 조정에서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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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 1881년 고종 즉위 이후 18년, 유길준은 신사유람단의 일원으로 신문물과 제도를 연구하기 위해 일본에 파견. 
2) 일본의 급속한 성장이 서양의 문물과 제도를 수용한 근 30여년의 결과임을 깨닫고, 신문물에 대한 학습과, 저술활동을 계획. 
3) 유길준은 후쿠자와 유키치가 운영하는 게이오 의숙에서 6개월 간 강습을 받고, 임오군란을 계기로 귀국한 이후  유길준은 다시 1883년 보빙사의 사절로 미국을 방문.
4) 민영익의 지시로 유길준은 미국 외무부의 지원아래 미국에 잔류하여 모스박사의 지도를 받고 서양의 언어, 역사, 문화를 체험하고 연구.
5) 미국에서 학업에 매진하던 유길준은 갑신정변의 소식을 듣고 귀국을 결심하여 1885년 귀국.
6) 귀국 후 한규설의 집에 머물면서, 서유견문을 저술한다. 국한문혼용체를 사용하여 저술.
7) 친구의 비평 : 그대가 참으로 고생하기는 했지만, 우리글과 한자를 섞어 쓴 것이 문장가의 궤도를 벗어났으니 안목이 있는 사람들에게 비방과 웃음을 면치 못할 것 이다.
8) 유길준의 대답 : 첫째, 말하고자하는 뜻을 평이하게 전달하는 것을 위주로 하였으니, 글자를 조금만 아는 자라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다. 둘째, 내가 책을 읽은 것이 적어서 글 짓는 법이 미숙하기 때문에 기록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셋째 우리나라의 칠서언해의 기사법을 대략 본받아서 상세하고도 분명한 기록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나는 오히려 우리 글자만을 순수하게 쓰지 못한 것을 불만스럽게 생각한다. 외국사람들과 국교를 이미 맺었으니, 온 나라 사람들 상하 귀천 부인 어린이를 가릴 것 없이 저들의 형편을 알지 못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니 서투르고도 껄끄러운 한자로 얼크러진 글을 지어서 실정을 전하는데 어긋남이 있기보다는, 유창한 글과 친근한 말을 통하여 사실 그대로의 상황을 힘써 나타내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기축년(1889) 늦은 봄에 유길준 스스로 서문을 쓰다.

 

 

내용요약

 

제1편

- 지구 세계의 개론

1) 지구는 우리 인간들이 사는 세계인데 역시 유성(행성)의 하나다. 이제 그 유성들을 헤아려 보면 수성, 금성, 지구성,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룡성이다. 이 여덟 개의 별을 유성이라고 하는 까닭은 그 자체가 떠돌아다녀서 여러 다른 항성들이 일정하게 머물러 있는 것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또 130여개의 종성(위성)들이 있고 달이 바로 지구의 종성(위성) 중 하나다. 종성은 유성의 둘레를 돌고 유성은 태양의 둘레를 돈다. 또 여러 혜성들이 있어서 태양의 둘레를 돌고 있는데, 이들을 합쳐 태양의 궤도라고 한다.

2) 태양의 크기는 지구에 비하여 120만 배나 된다. 그러나 지구 물질의 밀도가 태양에 비하여 4배나 높기 때문에, 태양의 물질은 지구의 30만 배가 될 뿐이다. 이제 지구 전체 표면을 계산해보면 대략 21억 4,533만 방리나 된다. 전체의 중량을 흙과 물의 비중을 계산하는   방법에 따라 추측해보면 12억 억 억 근이나 된다. 


3)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면 일 년이 된다. 그 선회한 궤도의 길이는 19억 7,340만 리이다. 그러므로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회전하는 속도는 하루에 540만 6,575와 73분의 25리다. 또 태양의 둘레를 회전하는 동안 자전하여 하루 낮과 밤을 이룬다. 일년에 365와 4분의 1회를 자전하기 때문에 음력에서는 3년마다 윤달을 한 번씩 두어 절기를 조절하지만, 양력에서는 4년에 하루씩 윤일을 두어 해마다 남는 4분의 1을 합하였다.
 
4) 하늘은 형체도 없고 끝도 없으며 지구는 아득한 하나의 땅떵이인데 그 모양이 타원형이다. 이제 지구가 둥글다는 이유를 증명해보자.

5)지구에 위도를 그어 적도와 황도와 흑도를 구별하였다. 북극으로부터 남쪽으로 90°를 이동하고 남극에서 북쪽으로 90°를 이동하여 지구의 한가운데에 이르면 합하여 180°가 된다.

6) 지구에 또 경도를 그어서 지방의 위치를 정하는데 편리하게 하였다. 그러므로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로부터 경도의 기점을 정하여, 어느 곳은 그리니치 동경 몇 도라 하고, 또 어느 곳은 그리니치 서경 몇 도라고 한다. 

7) 지구의 모양이 둥글고 남극과 북극이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서로를 등지고 있기 때문에, 북극이 태양의 광채를 받고 있을 때는 남극이 받지 못하고, 남극이 받고 있을 때는 북극이 받지 못한다.

8) 적도 북쪽의 해의 길이가 이와 같을 때에는 적도 남쪽의 밤의 길이도 이와 같다. 반대의 경우도 같다.

9)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공기다. 공기의 체질은 산소, 질소, 탄산가스가 서로 섞인 것이다. 
10) 동물은 공기속의 산소를 들이마시며 그 삶을 유지하고, 식물은 공기속의 탄산가스를 들이 마시며 그 성장을 도움받는다. 지구가 회전하는 원리에 따라 추측해본다면, 백년이나 천 년 전의 성현 호걸들이 들이마시거나 내뱉었던 공기를 또한 우리들이 이곳에 앉아 호흡하지 않을지 누가 알겠는가.
11) 지구는 태양볕을 쬐어서 표면에 열을 머금게 되고, 그 열을 반사하여 공기를 따듯하게 한다. 공기가 따듯해지면 가벼워진 공기는 위로 올라갔다 차가운 공기와 만나 비, 우박, 눈이 되어 내려온다. 
12) 천둥과 번개의 묘한 이치를 추측해 보자. 전기는 공기 속에 저절로 있는 한 기운이다. 전기가 서로 끄는 사이에 번쩍 하고 빛나면서 내달리는 힘이 공기를 궤뚫기 때문에 공기가 흩어진다. 전기가 지나간 뒤에는 공기가 다시 합해지는데, 공기끼리 서로 마주치는 힘 때문에 천둥과 벼락의 요란한 소리가 일어나게 된다. 그러므로 번개가 번쩍한 뒤에야 비로소 천둥소리가 들리게 된다. 

13) 지구의 중심부분은 녹은 흙과 바윗돌로 이뤄져있는데, 이따금 그 열기가 지구의 딱딱하게 굳은 표면으로 밀고 올라와 화산과 지진의 원인을 만든다.

- 6대주의 구역

1) 지구를 한가운데로 나누어 두 반구로 만들고 동쪽을 동반구, 서쪽을 서반구라고 한다.   동반구에는 아시아주, 유럽주, 아프리카주 및 오세아니아주의 4대주가 있다. 서반구에는   북아메리카주와 남아메리카주의 2대주가 있다.

 

제2편

 

- 세계의 인종

1) 블루멘바흐만은 인간의 종류가 다섯 가지라고 하였다. 다섯 가지란 황색인, 백색인, 흑색인. 회색인, 적색인이다.

2) 황색인은 그 살빛이 누렇고 머리털은 검으면서도 곧다. 귀는 크고 굴곡이 심하며 눈은 작고도 비스듬하다. 이마는 좁고 광대뼈가 튀어나왔다. (아시아주의 동북방과 유럽주의 동북방, 그리고 북아메리카주의 북쪽 끝에 분포)

3) 백색인은 그 살빛이 희고 머리털은 곱슬머리거나 곧으며, 붉거나 검다. 얼굴은 둥글고 이는 가지런하며, 코는 높고 눈은 푸르다. (유럽 전역과 남북 아메라카, 오세아니아. 아시아 서남방에 분포)

4) 흑색인은 그 살빛이 검고, 머리털은 짧은 곱슬머리다. 코는 넓게 퍼졌고 입술은 두툼하며, 이마는 좁고 발은 펑퍼짐하다. (아프리카주의 남방 적도에 분포, 근래, 아메리카주로 이주한 경우도 있음)

5) 회색인은 그 살빛이 검고, 머리털은 짧은 곱슬머리도 있다. 진한사람도 있고 엷은 사람도 있다. 머리털은 검은 곱슬머리며 얼굴은 편편하고, 광대가 튀어나왔다. (태평양과 인도양, 오세아니아 말레이 반도에 분포)

6) 적색인은 그 살 빛이 붉고 머리털은 검으면서 곧다. 코는 뾰족하고 입은 넓은데. 전체적인 모습이 게으르다.(남북 아메리카주 분포) 백색인에게 침략당하여 소멸위기에 있다.

7) 다섯 가지 인종의 합계 13억 5,100만 명

 

- 세계의 물산

아시아 ,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의 수출, 수입 상품을 소개

 

1)국민 가운데 놀고먹는 사람이 적은 나라는 천연 자원이 적더라도 가공품이 많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천년 자원을 살 수 있다.

2) 재주와 공력으로 가공한 물품에다 몇 배 비싼 값을 덧붙여 다른 나라에 판매.

3) 영국은 천연자원이 적기로 천하에 이름났지만. 가공품이 많기로 유명

4) 나라의 부강은 국민들의 근면성에 달림

5) 아프리카주의 흑색인과 적색인 같은 경우에는 천연자원이 산 같이 싸여있고 흙처럼 널려있어도 사용할 수가 없다

 

제3편

 

나라의 권리

1) 나라는 한 겨레의 인민이 한 지방을 차지하고 정부를 세워 다른 나라의 관할을 받지 않는 것 
2) 그 나라의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한 자를 군주 가장 강한 권리를 갖는다. 
3) 한 집안, 한 사람이 자신에게 결정권이 있듯이 나라 역시 이와 같은 권리를 가진다. 
4) 나라의 권리는 국내적 권리와 국외적 권리가 있다.
5) 체제를 유지하는 권리가 가장 중요하며, 나라끼리 교제할 때는 공법이 규제하여 천하에 공평무사한 이치로 교제.
6) 커다란 나라도 한 나라며 작은 나라도 한 나라로 공평하게 취급.
7) 나라에도 강약과 대소가 있기에 형세를 이기지 못할 때 강대국이 공법을 지키지 않고  힘을 휘두르는 경우가 있다. 이때 약소국은 자기 나라를 보전하는 방법으로 다른 나라의   보호를 받는데 이를 수호국이라 부름.
8) 다른 나라에 공물을 보내어 예전에 호의를 구하거나 침략을 면하려 하니 이를 증공국이라 한다. 
9) 이러한 나라들도 독립된 주권국이 누리는 권리를 행사하여 수호조약/항해조약/통상조약을 스스로 체결한다면 그 나라의 주권이나 독립권은 유지됨.
10) 공법학자들이 말하기를 주권은 한 나라의 최대의 권리며, 주권은 그 나라의 법과 원리에 의해 인민에게 주어져있고, 통치자에게 맡겨져 있다. 독립 주권의 증거는 동등한 조약을 체결하고 사신을 주고받는 것, 강화나 교전에 관한 선언을 자주적으로 행하는 것이며, 이를 행하지 못하면 반독립국이나 속국이 됨.
11) 다른 나라의 명령에 복종하더라도 약소국의 주권은 손상받지 않는다. 한 공법학자가 말하길 약소국이 강대국의 명령에 복종하더라도 강대국이 약소국을 통치할 권리가 생기는 것
은 아니며, 이러한 명령복종관계가 없더라도 강대국은 늘 존중받고 약소국은 늘 비굴하다. 즉 권리란 자연적인 것이고 형세는 인위적인 힘이다. 강대국이 약소국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공법이 허용치 않는다. 
12) 이따금 공법에 어두운 사람이 증공국과 속국을 구별치 못하고 공물을 바치는지 여부로 속국이라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누가 자기 임금과 나라를 사랑하지 않아서 공물을 바치겠는가. 다만 대국적인 시세에 얽매여 공경하는 예법으로써 나라를 보전하려는 책략을 삼았기 때문이다. 
13) 속국은 섬기는 나라의 법령과 제도를 따라야 하며 국내외 여러 사무를 자주적으로 처리할 권리가 전혀 없다. 증공국은 침략을 면하기 위하여 본심에 맞지 않더라도 공물을 바치지만 당당한 독립 주권국이다. 약소국이 핍박에 못 이겨 속국임을 자인한 적이 있더라도 이로 인하여 권리를 잃어버리진 않는데, 위협 아래서 승인한 것은 합법적 조처가 아니기 때문이다.
14) 참다운 공법의 이치는 나라의 대소와 강약을 구분하지 않는다. 
15) 약소국이 불행히 공물을 바치는 관계가 되었다면 공법의 승인을 받고 기초를 확립하여 다른 나라의 개입과 간섭을 용납지 말아야 한다. 
16) 속국관계에 있더라도 상전 나라가 지나치게 잔인하다면 세계 여론이 이를 허락지 않는데 유럽 나라들이 터키를 정벌하여 그리스를 도운 것이 그 사례다.(그리스독립전쟁1821~1829, 1832년 그리스왕국 독립)
17) 증공국과 수공국은 형세의 강약, 권리의 다소를 정한 것은 아닌데, 다른 나라들은     증공국/수공국 모두와 동등한 조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이를 알 수 있다. 증공국이 수공국에 대하여 스스로를 낮추는 칭호를 쓰더라도 서로의 권리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수공국은 증공국이 다른 나라와 평화조약을 맺거나 항구를 여는 등의 조약을 취소시킬 수 없다

16) 강대국이 망령되면 공법의 비방을 받고, 약소국이 모욕당하면 공법의 보호를 받는다. 이따금 수공국의 신하가 증공국의 군주에게 동등한예를 남용하기도 하는데 약소국의 군주도 군주며 강대국의 군주도 군주다. 군주는 가장 존귀한 자리에 있으며 정치를 베풀고 법을 만드는데 이는 약소국과 강대국에서 모두 같다. 

17) 따라서 저 나라의 신하가 이 나라의 군주와 동등한 예를 고집하는 것은 무엄하고 불경한 일이다. 여러 나라의 군주는 수공국의 군주와도 동등한 예를 맺고 증공국의 군주와도 동등한 예를 맺으니 증공국의 군주도 수공국의 군주와 동등한 예를 갖추자.

국민의 교육

1) 사람마다 자기의 권리가 지켜진 다음에 인민들이 의기를 모아 나라의 권리를 지킨다. 인민이 권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면 다른 나라로부터 침략을 당해도 분노하지 않는다.   정부의 두세 관리가 힘을 쏟아도 인민이 반응하지 않으면 나라의 권리를 지킬 수 없다. 
2) 인민을 교육하여 권리의 근본에 대한 지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법이 분명치 않으면 인민들이서로의 권리를 침범하며 나라의 권리를 지키지는 않는다. 귀천빈부를 가리지 않고   법령을 엄격하고 분명하게 해야 한다
3) 학교를 설치하는 일이 천하에 가장 시급한 일이다. 우선 선악을 분별하게 가르쳐야 하는데, 가르치지 않고 처벌하는 일은 지극히 잔인하다. 
4) 하층의 어려운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재물을 사용하는 것도 원인을 따져보면 그들이 무식하고 무지하기 때문이다. 무지하면 게으르고 가난하게 된다.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지금껏 낸 세금이 많았다. 그런데 교육에 비용을 들이면 걱정을 미연에 방지하게 된다. 즉 교육하는 비용을 세금으로 내면 사실상 나중에 구제할 세금을 줄이게 되는 것이다. 
5) 혹자는 교육을 강요하는 것은 개인의 사사로운 일에 간여하는 것이라 온당치 못하다 주장하는데 이는 매우 틀렸다. 정부의 직분은 국민의 안녕이 보장되는가를 살피는 데 있다. 
6) 교육은 교육을 업으로 삼는 이에게도 도움이 된다. 어떤 사람이 사물의 이치를 통달하면 그 성과로 세상도 이익을 널리 얻기 때문이다. 나라의 운명은 그 나라 국민의 교육에 달려있다.

 

제4편

 

국민의 권리
1) 국민의 권리라고 하는 것은 자유와 통의(세상에서 널리 통하는 정의와 도리)를 말한다. 자유는 무슨 일이든지 자기 마음이 좋아하는 대로 따라서 하되, 생각이 굽히거나 얽매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2) 통의를 설명하자면, 천만 가지 사물이 당연한 이치를 따라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상경(항상 지켜야 할 떳떳한 도리)을 잃지 않고, 거기에 맞는 직분을 지켜 나아가는 것이 통의의 권리다. 
3) 이와 같은 자유와 통의의 권리는 천하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가지고 있으며, 다 같이 누리고 있다. 각 사람마다 제 한 몸에 가지고 있는 이러한 권리는 태어날 때부터 함께 생겨나,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독립하는 정신으로 발전한다.
4) 통의는 인간에게 천연과 인위의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또 통의를 자세히 논하자면 유계(有係)와 무계(無係)의 구별이 있다. 무계의 통의-(타고난 것)는 한 사람에게만 소속되어 다른 사람과는 관련이 없는 것이며, 유계의 통의-(법 질서)는 세속에 살면서 세상 사람들과 사귀어 서로 관계되는 것이다.
5) 사람의 권리는 자기 스스로 손상하기 전에는 천자의 위엄이나 일만 군사를 대적할 용맹으로도 흔들거나 빼앗을 수 없다.
6) 자유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방탕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통의로 조종하여 그 정도를 알맞게 해야 한다. 자유라는 것을 비유해서 말하자면 좋은 말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통의로서 굴레와 고삐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인데, 말을 제대로 다루는 이치는 법률에 있다. 
7) 사람이 만약 새나 짐승과 같은 자유를 행사한다면 천하에 윤리가 무너질 것이며, 명분을 지켜 나갈 도의도 문란해질 것이다.
8)통의와 자유는 그 조목을 세우기가 아주 어렵지만, 그 두드러진 것만 간단히 들어보자. 
 신체의 자유와 통의, 재산의 자유와 통의, 영업의 자유와 통의, 
 집회의 자유와 통의, 종교의 자유와 통의, 언론의 자유, 명예의 통의가 있다.

9) 법률의 근본적인 의도는 사람의 권리를 신중히 여기고 잘 보호하려는 것이다. 법률이라는 기능이 없었다면 권리도 존재하기가 반드시 어려웠을 것이다.

10) 사람의 권리는 법률이 만들어 준 것이라고 하더라도 잘못된 말이 아니다. 자유에는 좋고 나쁜 구별이 있으니, 하늘의 이치를 정직하게 따르는 것은 좋은 자유고, 사악하고 편벽된 인간 욕심에 내맡기는 것은 나쁜 자유라고 한다.

인간 세상의 경쟁

1) 저마다 자기의 직분에 힘써야 하고, 자기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바에 따라 자기의 의도를 달성하려고 앞을 다투게 되니, 이것이 바로 세상 사람들의 경쟁이다. 만약 세상에 경쟁하는 마음이 없다면, 마음과 힘을 기울여 공명을 희구하고 사업을 경영하는 자의 그림자가 끊어질 것이다. 
2) 한편, 선진국의 국민들이 자기의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고 공중 질서를 방해하거나 사사로운 욕심을 자행할 염려가 없는 것은 국민들을 정치적으로 잘 가르치고 교화하였기 때문이다. 
3)우매하고도 학문이 없는 세상에서는 남을 해치지 않고는 자기의 이익을 얻을 수 없었다. 기풍이 개화된 시대에 이르러서는 부귀영달을 이룬 사람이 또한 남의 이익도 이뤄 주었다. 4) 이러한 까닭으로 근세에 증기기관 및 기선, 기차, 방적 기계 등 여러 가지 새 공산품을 발명해 낸 여러 대가들은 그러한 발명품으로 인해 그 명성과 이익을 만국에 떨쳤으며, 아울러 온 천하에 커다란 이익을 끼쳤다. 그러므로 사람이 악한 행동을 하지 않고 
5) 올바른 도리와 지식을 이용하여 부귀공명의 뜻을 품는 것은 또한 인생의 자연스러운 습관이니, 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제5편

 

정부의 시초

1)) 대개 인종이 모여 살게 되면 어떠한 종족이든지 반드시 정부의 제도를 조직하여 그 법률을 행하게 된다. 
2) 야만인이라는 말은 그 사람의 천품이 본래부터 야만스럽게 태어났다는 뜻이 아니라, 교육을 받지 못하여 지식이 깨우쳐 지지 않았으므로 사람의 도리를 행하지 못하는 자를 가리킨다. 
3) 이러한 이치를 자세히 따져 본다면 오늘날 야만인은 상고 시대의 미개인과 같은 자이며, 세계상에 야만인이라는 종족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4) 인품이 조화되지 않는 상태를 통일하기로 하였다. 학문으로써 사람의 도리를 가르치고, 법률로써 사람의 권리를 지켜서, 인생의 정당한 도리로 신명과 재산을 보전하여 국가의 대업과 정부의 규모를 세워 나갔다. 이러한 규모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모든 사람의 도리와 권리를 통일시키기 위해서였다.
5) 정부를 시작한 제도가 임금에 의해서 세습되든지 대통령에 의해서 전해지든지 간에,   가장 커다란 문제는 국민들이 마음을 합하여 한 몸을 이루고 그 권세로 사람 된 도리를 보전하는데 있다. 그러므로 정부의 중대한 사업과 심원한 직책은 국민을 위하여 태평스러운 행복의 기틀을 도모하고 보전하는 데 있다.
6) 정부가 국민의 이런 희망을 저버리고 행정 명령을 발한다든가 법률을 시해하여 공정한 길을 벗어난다면, 정부는 유해무익하고도 쓸데없는 존재가 되고 말 것이다.
7) 정부의 사무는 크고 작은 일을 따질 것 없이 모두 때에 따라 변한다. 옛날에 합당하던 것들이 오늘에는 그렇지 못하게 되고, 저쪽에서는 가장 훌륭한 것들이 오늘에는 적당하지 않게 되며, 법이 오래 되자 폐단이 생기고, 시대가 바뀌자 일도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8) 그러므로 “선대의 임금들이 세웠던 제도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여, 시대적으로 이미 고쳐진 것을 고치지 않고 이미 바뀐 일을 바꾸지 않는다면, 조그만 폐해는 고사하고 종묘와 사직의 위태로움이 눈앞에 다가왔어도 깨닫지 못 할 것이다.
9) 그러므로 정부가 그 시작되었던 근본 의도를 명심하여 국민으로 하여금 그들의 생업에 편안히 종사하고 신명을 잘 보전하도록 하며, 천만 가지 사물을 성실히 주장하고 공평한 의지를 분명히 간직하여 나아간다면, 비록 한 때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자기 정부를 원망하게까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의 종류

1) 정부의 종류는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임금이 마음대로 하는 정치,(전제, 독재) 임금이 명령하는 정치, (조선의 정체, 전제정과 귀족정의 중간), 귀족이 주장하는 정치 (귀족정), 임금과 국민이 함께 다스리는 정치(입헌군주정) 그리고 국민들이 함께 다스리는 정치(공화정)가 그것이다. 
2) 첫째는 임금이 자기의 사욕에 따라 마음대로 정치를 행하는 것으로 가장 불공평하다. 
3) 둘째는 임금이 신하들의 공론에 따르고 국민들의 이목을 걱정하기는 하나 이것은 단지 풍습에 의한 것일 뿐 법적으로는 임금의 한계가 없다. 
3) 셋째는 임금이 없고 귀족들이 합의하여 정치하는 것인데 국민들은 노예화되어 있다. 
4) 넷째는 국민이 천거한 의원들이 의정에 참여하고 임금도 법으로 한계 지어진 것이다. 
5) 마지막은 임금 대신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다스린다. 
6) 현실에서는 전제정과 귀족정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7) 정치제도는 하루아침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거쳐 점차 형성된 것이다. 
8) 나라의 부강함의 차이는 사람의 본성 때문이 아니라 바로 제도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9) 아시아보다 부강한 유럽이나 아메리카의 나라들은 대체로 임금과 국민이 함께 다스리는 정치거나 또는 국민들이 함께 다스리는 정치이다. (입헌군주정과 공화정) 
10) 이러한 체제는 그 제도가 공평하여 나라의 법이 국민의 공론에 따라 시행되고 사람들이 그 의논에 참여할 수 있다. 국민들은 저마다 직업을 안정시키고 집안의 영화를 꾀하며    나아가 자기 나라의 부강을 도모하게 된다. 
11) 이와 달리 임금이 명령하는 정치나 귀족이 합의하는 정치에서는 관리들이 공평한 마음을 갖지 않으며 국민도 사욕만 부린다. 현명한 임금이나 귀족이 나오더라도 그 덕화가 단지 그들이 살아있을 때에 그칠 뿐이다. 이러하면 정부와 국민이 서로 통하지 않아서 나라가 부끄러운 일을 당해도 국민은 분노하지 않는다. 
12) 유럽의 각국은 본래 임금이 마음대로 하는 정치였으나 오랜 시간 시험을 거쳐 임금과 국민이 함께 다스리는 정치로 변하였다. 그 중에서도 영국이 가장 훌륭하다. 영국은 국민, 귀족, 임금의 규칙을 혼합하여 편벽되지 않게 하였는데, 귀족들도 자기의 지위가 평준화되었다고 해서 불평하지 않고 평민들도 자신의 지위가 높아졌다고 해서 무식한 소리를 내세우지 않는다. 
13) 그러나 국민의 지식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국민에게 참정권 주면 안 된다. (조선에서는 시기상조)

정부의 정치 제도
서양의 정치학자가 말하길, “문명이 개화된 정치는 여섯 가지의 요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1조 국민들을 자유롭고 임의롭게 행동하게 해 준다.(원주- 국법을 거스르지 않는 범위)
2조 종교를 믿게 해준다. (종교와 자유, 민간 분쟁을 예방)
3조 기술과 학문을 장려하여 새로운 문물을 발명하도록 길을 열어준다.
4조 학교를 세워 국민을 교육한다.
5조 정부를 믿게 하고 국민을 안정시킨다.
6조 국민들의 굶주림과 추위, 질병, 괴로움을 구제한다.

 

제6편

 

정부의 직분
1) 정부의 직분은 정치를 안정되게 하여 국민이 태평히 즐거움을 누리게 하는 것, 법률로써
국민의 원통한 일을 풀어주는 것, 외국과 교제를 잘 하여 나라가 분란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2) 이 세 가지의 대강령 이외에 국가가 사소한 일까지 간섭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하지만 사사로운 일까지 직접 간섭하면 정부의 힘이 곧 횡포로 바뀌고 국민들의 자주적 역량이 훼손될 것이다. 
3) 정부의 큰 직분은 국민을 위하여 직업을 구해주는 데 있지 않고, 그들이 소유한 직업을 보호해주는 데 있다. 이것은 교화에 힘쓰고 법률을 지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유방임)
4) 세상이 개화될수록 의식주가 더 좋아지기를 원하는데 이는 사람의 자연스러운 기질이다. 더 좋고 아름다운 것을 숭상하는 것과 사치는 다르다. 나라 안에서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 내어 여러 물건이 제 분수대로 화려함과 견고함을 가지게 되면 판매자나 구매자 모두가 편리해진다. 
5) 반대로 검소함을 조잡한 물건을 쓰는 것으로 착각해서도 안 된다. 그것이 검소함인 줄 알고 정교한 기예와 공업기술을 억압한다면 기술자가 드물어지고 가난해진다. 
6) 물론 어리석은 자들이 의식주의 아름다움을 오용하는 경우가 있긴 하다. 이는 개화의 정도에 따라 사치와 검소의 분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7)국가는 국민의 생업을 작정하는 권한은 없지만 보호할 책임은 있다. 
8) 정부는 자기의 재주와 힘으로 자신의 생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자들은 도와야 한다. 
9) 부유한 사람들이 직접 사비로 하기 보다는 국가의 세금을 통해 제도적으로 도와야 한다. 즉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는 법은 남의 보호를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자만을 도와주어야 하고 
10) 사실 정부의 직분은 가난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스스로 생업을 경영할 수 있게 하여 애초에 가난한 사람이 없게 하는 것이다.
11) 이밖에도 나라가 인자한 뜻으로 여러 일을 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으나 정부의
직분은 교육으로 덕화하고 법률로 공도를 유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을 교육하는 것은 나라의 큰 근본이니 정부에서 힘써 행해야 한다. 
12) 도서관, 식물원, 박물관을 짓는 것도 학문을 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위생에 관한 규칙도 정부가 할 일이다. 위생이 좋지 않으면 전염병이 창궐하고 이는 활이나 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도 같기 때문이다. 
13) 물건에 관한 권리를 보호하는 것도 정부의 일이다. 그러나 전기처럼 공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의 경우에는 그 이익을 독점하는 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 대도시에 집을 짓는 것도 규제해야 하는데 왜냐하면 건물을 함부로 지을 경우 국민이 공유해야 할 도로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14) 다만 시민들을 단속할 때는 너무 위압적으로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럴 경우 단속의 본 뜻은 사라지고 불미스러운 일만 일어나게 된다.

 

제7편

 

세금 거두는 법규
1) 서양 각국의 사례를 고찰해보건대 세금을 거둬들이는 명목이 다양하지만 내면적 실상을 보면 직접세와 간접세의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직접세는 토지세, 가옥세 등 물품의 실제주인에게 거두는 세금이고, 간접세는 물품의 교류에서 거둬지는 세금이다. 두 가지를 병행하면서 조율하는 것이 타당하다. 
2) 직접세는 세금의 계획을 세울 때 용이하고, 간접세는 국민이 물건의 거래에서 자기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납세하게 되는 것으로서 인구가 번성하고 나라가 부유할수록 그 액수가 늘어난다. 
3)정부는 세금을 거두되 합당한 도리를 지켜야 하고, 가난한 국민을 돌보고 보호하는 데 힘써야 한다. 
4)세금을 거둘 때 명백한 조목과 엄정한 규칙을 기준으로 두고, 물품의 요긴한 정도에 따라 세금을 매겨야 한다. 또한 예산·결산을 민간에 널리 알려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 불만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국민에게서 세금을 많이 거두는 까닭은 단지나라가 부유해지기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에 국민들이 낸 세금에 합당한 전국적 안녕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하고, 군대·도로·학교 등 공적인 사업을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흉년이 들었을 때에는 세금을 덜어주는 혜택을 주는 것이 타당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민에게 세금을 덜어주는 대신 공적 사업을 시행하지 못한다면 훌륭한 정치가 아니다. 

납세의 의무
1) 나라에 정부를 두는 것은 국민을 위한 것이므로 정부의 사무는 국민들의 사무를 대행하는 것이다. 
정부의 사무에 들어가는 비용은 국민들에게서 거둘 수밖에 없고, 이에 일정한 규범을 두지 않으면 문란해질 위험이 있다. 
2) 국민들은 정부가 없었다면 억울한 일을 호소하거나 무도한 행위로부터의 보호를 요청할 곳이 없기 때문에 세금을 낼 의무를 갖는다. 만약 세금이 나랏일에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면 원망할 수는 있겠지만, 우선은 정부가 세금을 올바로 쓰길 바라면서 납세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3) 이유 없이 세금을 회피하고 납세 기한을 어긴다면 나쁜 국민이라는 이름을 면치 못한다. 동일한 맥락에서 정부가 국민들에게 납세를 독촉하는 것은 명령이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맡겨진 일을 이루기 위함으로 보아야 한다. 재산의 정도에 따라 세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4) 재산이 많은 사람일수록 재산을 보호하는데 드는 비용이 클 것이므로 가산세법으로 세금을 징수해야 한다. 정부에 납세하는 일은 국민의 국민 된 직분이다. 정부에서 요구하는 것이라면 많든지 적든지 따지지 말아야 하며, 세금으로 업무 비용이 충당되지 않을 경우 외국으로부터 빌려 쓰는 돈인 국채도 결국 국민이 갚아야 한다. 

 

제8편

 

세금이 쓰이는 일들

1) 세금이 쓰이는 조목을 대강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를 유지하는 일에 쓰인다. 정부의 일을 보는 관리들이 공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봉급을 줘야 하는데, 비범한 재주와 역량을 가진 이에게 관직을 주고 직급에 맞게 봉급을 책정해야 한다. 봉급을 적절하게 책정하여 봉급이 관직에 따르고, 관직이 덕망을 일컫는다면 학자와 군자들이 자연스럽게 벼슬에 나아갈 것이다. 또한 오직 권한의 크기와 직무의 비중이 다른 경우는 특별히 따로 정하여 보상을 해주지만, 문무와 내외직의 차등을 두지 말고 관직의 등급에 따라서만 액수의 차이를 두어야 한다. 만약 나라에 공을 세운 이에게 치하할 일이 있다면 관직을 주지 말고 공로의 크기에 따라 돈으로 상을 주어야 한다. 여러 해 동안 신실히 봉직한 퇴직자의 노후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2) 둘째, 국민을 교육하는 일에 세금을 쓴다. 오륜의 행실과 생계 경영 등에 필요한 기술들을 가르치는 일상교육의 경우, 원활한 경비 조달과 교육 목적 달성을 위해 정부가 교육세를 거두어 돈의 사용 및 학교 운영에 관한 사무를 지방민들에게 맡기는 지방자치로 운영하는 것이 좋다. 사물의 이치를 따지고 밝히는 학문적 교육의 경우, 공평한 취지에서 빈부를 가리지 않고 동일한 학식을 갖추게 하는 학교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학문에 필요한 기자재는 정부가 세금을 거두어 마련하되 교사의 봉급은 학생들의 학비로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학비를 낮추는 것은 규모 없는 계획이기 때문에 학비를 적게 받기 보다는 가난한 학생들이 학비를 조달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좋다. 교사의 봉급은 학술의 높낮이에 따라 책정하는 것이 좋고, 학업의 수준에 따라 교육하며 학비를 책정하는 것이 옳다. 

3)셋째, 나라에서 공사하는 일에 세금을 쓴다. 공사의 종류에 따라 세금/특별세를 구분하여 돈을 쓰는데, 공사가 국민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일지라도 결과적으로 성과가 비용보다 못하면 시행하지 않는 것이 좋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4) 넷째, 종교를 돕는 일에도 세금을 쓴다. 개화되지 못한 나라의 경우 인심과 풍습이 어지러울 것이므로 종교로써 안정을 강구할 수 있도록 종교를 돕는 데에 세금을 쓰는 것이 옳다. 반대로 나라를 존중하고 임금을 사랑하는 정성이 확고한 (문명화된/개화된) 나라에서는 굳이 정부가 종교에 관여하지 않아도 좋다. 

5) 다섯째, 가난한 국민을 구제하는 일에 세금을 쓴다. 법률이 공평하고 풍속이 순후하여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가난한 이들을 돕는다고 해도 정부가 가난한 이들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이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지 않다. 구제를 원하는 가난한 이들이 모두 폐인은 아니기 때문에 그 재주와 능력을 활용하여 앞으로의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6) 여섯째, 나라를 지키는 일에 세금을 쓴다. 예절을 지키는 외교나 신의를 지키는 국내 정치가 상책이긴 하지만 만약을 대비하여 군사를 훈련하는 일은 중요하다. 
7) 일곱째, 외국과 교섭하는 일에 세금을 쓴다. 전쟁에 쓰이게 될 큰 비용을 외교관의 말 한마디로도 면할 수 있으니 외교는 중요하다. 또한 간첩을 파견하여 외국의 정보를 미리 알고, 유학생을 보내 우리보다 나은 외국의 재주와 기예를 배우는 것에도 세금을 써야 한다. 

정부에서 국채를 모집하여 사용하는 까닭 

1) 국채는 나라의 재정이 부족할 때 국민에게 돈을 빌리는 것을 뜻한다. 난시를 당하거나 흉년이 닥쳤을 때, 유익한 사업을 계획하지만 재정이 충분하지 않을 때 등 국채가 필요한 경우는 다양하다. 
2) 국채에는 이자가 붙는데, 국민들은 그 이자로써 부를 늘릴 수 있고 상품처럼 사용하거나 지폐처럼 통용하기도 해서 국채는 정부에게나 국민에게나 유용하다. 다만 정부가 신의를 지키고 제도를 엄격히 하여 상환 기일을 지키는 경우에만 그러하다. 
3) 간혹 국민들에게 돈을 빌리기 어려우면 외국인에게 빌리기도 하는데, 이 경우 나라 간의 신용이 두터워야 하고 상환 기일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 나라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제9편

 

교육하는 제도
1) 나라의 근본은 교육하는 방법에 달려 있다. 오늘날 천하에 부강하다고 이름난 나라들은 어린아이의 부형으로 하여금 학교에 보내어 가르치도록 하였는데, 학교마다 정부가 선생을 두고, 교과서 구입 및 학교 건축 등의 비용 또한 세금을 거두어 충당하였다
2) 학교는 시작하는 학교, 문법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로 나누어진다. 앞의 학교를 졸업하지 아니하면 진학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데, 공부하는 데 있어 뛰어넘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이다.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에는 없는 것이 없다. 배우는 자들은 실제 효용을 얻기를 구하고 헛된 이름을 바라지 않는다.
서양 사람들이 가르치는 방법에는 양생하는 도에도 극진하다. 대학교에는 의사를 두어 운동을 시키고, 학교마다 놀이기구를 갖추어 쉬는 시간에 마음대로 갖고 놀게 한다.
3)취학하는 나이와 수학하는 연한도 정하였다. 문법학교부터는 차례로 학문적인 단계를 정하여 뛰어난 자는 등급을 올려 주고, 뒤떨어진 자는 내려가기도 한다. 정부에서 특별히 세운 학교 중에는 사범학교가 있는데, 나라 안의 유식한 여자를 교육하여 시작하는 학교의 선생으로 만든다.
4)어떤 학교든지 주임이 있는데, 직분은 학교의 모든 사무에 이른다. 정부는 해마다 한 차례
관원을 파송하여 시찰하고, 사립학교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빈자의 어린아이들은 부모가 가르치기 어려우므로 부유한 사람들이 추렴하여 집을 깨끗하게 짓고 가난한 자의 자녀들이 거리낌 없이 와서 놀 수 있게 하였다. 
5)부자와 빈자의 어린아이들을 양육하는 제도에는 차등이 있지만 가르치는 규칙에는 아무런 구별이 없다.
이와 같이 성장하므로 인간 물정에 통달하고 행실이 단정하며 지각이 풍부하여 남들로부터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는다. 이 어찌 칭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군대를 양성하는 제도
1) 군사는 인민과 국가를 지켜주는 방비이다. 그러므로 양병하는 일은 정부의 당연한 직분이지
만, 강한 힘을 믿고서 약한 자를 멸시하는 것은 군사를 설치하는 본뜻이 아니다.
군사를 불러 모으는 법은 기실 두 가지에 지나지 않으니, 자원하는 법과 징집하는 법이다. 영국과 미국은 지원하는 법을 주로 하되 인민이 한가한 시간에 조련을 익히고, 독일과 프랑스는 징병하는 법을 주로 하므로 국인이 모두 군사가 된다.
2) 군사를 조련하는 법은 천하각국이 거의 비슷하다. 앉고 일어서는 동작과, 나아갔다 물러나는
모양과, 기계의 용법을 가르치고 기병과 보병을 편성한다. 보병은 공병과 포병과 치중병이 있어 각각 알맞은 조목을 특별히 학습한다. 진법을 알지 못하면 전쟁할 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어 일 년에 한 번 진법의 조련을 한다. 군사는 행실을 닦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군사의 행실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태평한 때에도 나라와 인민에 해를 끼침이 도적보다 심하여 그 소란스러움이 난세와 같을 것이다.
3) 장수의 직분과 규모는 배우지 않으면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서양 각국에서는 무관학교를 세우고 자원하는 자를 교육하는 것이다 
4) 총이 세상에 나온 뒤부터는 정밀한 기계를 갖춘 뒤에 그 나라를 지킬 수 있다. 그러므로 서양의 여러  나라가 재정을 아끼지 않고 각종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제조법을 아주 감추는 일은 없으나   신묘한 부분은 숨긴다.
5) 군사의 지출비용은 세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만약 돈이 모자란다면 군사를 하루도 양성할 수 없지만, 부세로 얻은 만큼 정부는 절용해야 하고, 인민도 성의를 다하여야 한다.
6) 서양 각국은 수군을 설치하여 자기 나라의 바닷가를 방위하고, 상인들의 권리를 지켜 주기도 한다. 지출비용은 인민의 세금에서 나오지만 나라의 상업이 번성하면 비용을 들인 만큼 효험을 얻을 수 있다. 

 

제10편

 

화폐의 근본
1) 화폐는 모든 물건의 표준을 세워 팔고 사는 것의 매개를 해 주니 그 공덕이 크다. 어떤 물건을 세워   표준으로 하여도 좋지만 금은이 가장 적합하다.
2) 지폐는 종잇조각을 사용한 것이니, 이 은행표나 지폐는 정부 은행국에서 발행한다. 원금은 은행국에 비치해 두는 것이 정당한데, 정부의 신용이 퍼지지 않으면 그 가치가 뒤따라 떨어지기에 나라의 빈부를 이것으로 엿볼 수 있다. 
3) 정부의 신의가 뚜렷하고 경제가 확정되어 인민이 서로를 믿을 때에는 원금을 비축하지 않고 은행표와  지폐를 발행하는 법이 있다. 또 인민이 정부의 허가를 받아 은행국을 세우고 은행표를 발행하는 법이 있다. 사민 은행국의 표와 달리 정부 은행국의 표는 현금과 같아 그 통용을 거절 할 수 없다. 
4) 만약 비치한 원금은 적고 발행한 은행표의 지폐가 많으면 인민이 믿지 않게 되고 통용되는 길이 막히게 되어 민생에 커다란  화가 빚어지기에, 정부에서는 삼가야 한다. 화폐는 한 나라의 주권을 표시하는 위대한 물건이므로, 그 주조권은 오직 중앙정부에서 장악 하고 있다. 재화를 잘 다스리는 자는 균일하고도 정교한 화폐 제도를 수립하여야 한다.  

법률의 공도
1) 법률의 본의를 미루어 생각해 보면 정직한 도를 권하고 억울한 일을 고르게 하는 데 있다고 하겠다.   이는 한 개인의 힘으로 할 수가 없고, 공중이 함께 받들어야만 하여 정부에 명하여 법률을 정하고 사법관을 명하여 이를 맡게 하였다.
2) 법률을 만드는 것은 교화가 미치지 못하는 바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형벌은 이미 죄를 지은
자에게 징계하는 것인지라 범죄의 대소로부터 형벌의 경중이 있다.
3) 풍속을 바로잡는 데에는 법률을 엄히 정하는 것보다 교화에 힘쓰는 것에 있지만, 범죄의 대소를 막론하고 반드시 벌하고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
4) 옛 풍습과 조례 전체를 없애기는 아주 어려운 일이기에 한 나라의 정권을 주재하기 위해서는 옛 것을 조심스럽게 고쳐야 한다. 
5) 법률은 그 나라의 민속과 제도에 적합한 연후에야 공도라고 부를 수 있다. 법률이 가장 강조해야 할 것은 대중의 피해를 방지하는 데 있기 때문에, 소수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굽히는 것은 아주 불공정한 처사이다. 또 법률은 어떠한 기초 위에 세워진 것이든 간에 실시되는 동안에는 그 나라의 기강이기에 받들며 순종하여 감히 흔들거나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

경찰제도
1)경찰의 목적은 국가의 치안을 유지하여 개명과 진보를 지키는 데 있다. 그러므로 법제의 질서를 파괴하거나 인세의 안녕에 방해가 되는 자를 몰아낸다. 
2)경찰을 두 가지로 구별하면 첫째는 행정경찰이고, 둘째는 사법경찰이다. 행정경찰은 편의한 처치로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사법경찰은 이미 발생한 범죄를 수색하고 체포하여 인민의 환난을 제거하는 취지이다. 

 

제11편

 

당파를 만드는 버릇
1) 사람의 판단하는 취향이 달라 의론이 갈리고, 갈린 의론에 따라 모여 당이라 부른다. 
2) 서양의 역사를 보더라도 편당의 폐해가 심했다. 그러나 차차 편당하여 의론이 다르더라도 사사로운 정의를 손상하지 않으며 공적으로 경쟁할 뿐 서로 해치지 않게 되었다. 
3)당의 공적인 의견을 정하고 천하에 공포하여 여론으로 시비를 정하고 토론하는 방법으로 나라가 번창해진다. 
4) 당에는 보수당과 개진당이 있는데, 보수당은 옛 제도를 지키려는 당이며 개진당은 제도를 때때로 개혁하려는 당이다. 양자 모두 완고하거나 경거망동하지 않고 서로 주장을 내세워 득실을 따지고 견제한다. 당의 공적인 의견을 보고 국민이 공론에 따라 결정하며, 국민이 모두 좋다고 한 당이 정부의 권력을 쥐어 집행한다. 집권의 연한이 있어 그동안의 조치가 올바르다면 국민들이 좋아하여 다시 집권하게 해주며 그렇지 않으면 정권이 바뀌게 된다. 
5) 부모형제, 친구 간에 당이 다르더라도 사귀고 놀 때 서로 정답고 화기애애하며, 당론이 달라도 강요하지 않으며 혼인하는 것에도 무리가 없다. 
6) 서양에도 과거에는 종교의 압제가 강하여 한 가닥이라 도 예수교에 부합되지 않는 주장을 내세우면    참혹하게 형벌을 행했다. 그러나 학문의 불꽃이 피어올라 지금은 명성과 영광이 천지를 뒤덮게 되었다

생계를 구하는 방법
1)생활에 필요한 세 가지는 의식주이다. 이것이 없으면 사람이 짐승과 차이가 없게 된다. 놀고먹는 자가 많으면 나라가 빈약해진다. 학교를 세워 가르친 후 배운자는 노심자가 되고 배우지 못한 자는 노력자가 된다. 2)서양의 직업들엔 관리, 교사, 저술가, 연설가, 의사, 변호사, 선원, 발명가 등이 있다. 이 중 일부 직업은 나라에서 시험을 쳐 자격을 부여하도록 되어 있으며, 가난한 사람에게 부유한 자가 학비를 보태주는 미풍도 있다. 
3)큰 죄를 지어도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발명한 물품에 대하여 정부가 특허를 인정해준다. 이런 식으로 저마다 생계를 구하며 서로 없는 것을 보충해주고 남는 것으로 바꾸어 생활한다. 농공상을 가릴 것 없이 자기가 택한 생업에 따라 부지런히 힘을 다해야 한다.

건강을 돌보는 방법
1)운동을 열심히 하고 잘 자고 잘 먹고 잘 씻고 주변을 청결히 하면 된다. 고을이 더러우면 전염병이 많이 퍼지게 된다. 법을 범하면 크게는 사형이고 작게도 자신에게 괴로움을 끼치게 되니 건강과 상관이 있다. 정부는 위생을 맡는 관청을 세우고 그 비용을 세금으로 두면 전염병이 퍼지지 않는다.

 

제12편

 

애국하는 충성
1)나라는 한 겨레의 국민이 땅을 차지하고 언어/법률/정치/습속/역사를 같이 하며 같은 임금과 정부를 섬겨 어려움을 같이하는 것이다. 
2)사람은 나라가 없으면 터전을 얻지 못하고 이름도 없게 될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집안과 개인의 이름이 있지만 이는 사사로운 이름일 따름이고, 어디서나 두루 통하는 중대하고 공적인 이름은 ‘조선인’이다. 
3)함께 물려받은 이 이름을 지키고자 한다면 이 이름을 부모의 이름처럼 공경하여 다른 나라 사람에게 굽히지 말아야 하며 부끄러움을 끼치는 일도 없도록 하고 영화롭게 해야 한다. 그런데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국민들이 교육을 골고루 받을수록 정성스러워진다. 그래서 정부는 교육에 많은 예산을 투자한다. 
4)관직자와 학자 모두 나라를 위하려고 생각하지만 농공상인과 민간에서 하는 모든 일이 나라를 위하지   않는 것이 없다. 
5)농공상인이 각자 하는 일이 나라의 빈부와 강약에 깊은 관계가 있다. 공직자의 경우 서양 여러 나라에는 문장을 잘한다고 뽑는 관직이 없다. 군영의 장교와 관청의 서리 모두 정부의 관원이며 천한 일자리가 아니다. 
6)학자는 나라의 근원을 여는 책임이 있다. 국민의 지식을 넓혀 혜택과 영광이 세상에 퍼지게 된다. 서양학자들의 나라 사랑하는 정성이 이와 같다. 
7)누구나 한 임금의 신하라는 것은 변함이 없으니 나라에 충성함은 빈부와 귀천의 차이가 없다. 꼭 벼슬하지 않더라도 나라를 위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8) 사시에 전쟁이 나면 온 국민이 일어나 맞서므로 온 나라 장정 가운데 군사가 아닌 자가 없는 것과 같다. 유사시에 임금을 버리고 산속으로 달아나는 자는 도적과 다름이 없다. 전쟁이 나면 그 나라 사람과 원수가 되지만 선전포고하기 이전부터 머물러 살던 자를 살해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9)기한을 정하여 떠나라고 명하거나 가두어 음식과 옷을 제공하다가 전쟁이 끝나면 돌려보내는 것이 관례다.

어린이를 양육하는 방법
1)인간사에 어린이 양육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 10세 이전의 교육은 어머니 책임이며 이후는 아버지 책임이다. 그런데 10세 이전의 교육이 훨씬 어렵고 중요하다. 따라서 여자를 가르쳐야만 하는 것이다. 
2)그렇지 않고 아이의 교육을 맡기는 것은 장님에게 단청을 분별하라는 것과 같다. 잘 먹이고 잘 재우며 운동도 시키고 옷도 잘 입히고 대소변을 가리게 하며 성질을 순하게 하는 등의 가운데 규율을 마련하여 시간을 지키고 예절을 익히게 해야 한다. 
3)유희를 금지시키면 생물의 자연스런 움직임이 막히고 너무 엄격하면 아이가 속이게 된다. 꾸짖을 때에는 간곡히 타이르고 스스로 반성하게 해야 한다. 자녀가 행실이 나쁜 것은 부모가 제대로 교훈하지 않은 탓이다. 다른 집 자녀도 등한히 내버리지 말며 자기 자녀처럼 타일러 사람의 행실을 배우게 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다. 
4) 20세가 되면 비로소 성인인데 이때부터는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영위하게 한다. 서양의 치밀한 규모와 제도는 이루 다 적을 수 없는데 고개를 돌려 우리나라의 아이들 교육을 보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 옛 사람이 입고 쓰던 의복과 장비를 보면 크기가 커서 쓸 수가 없는데 세대가 내려오며 사람의 골격이 점차 왜소해진 까닭이다. 그러나 서양의 경우 옛 갑옷을 보면 작아서 입지 못한다고 한다. 이런 효과는 세월을 겪은 뒤 나타나니 하루저녁에 기대할 수는 없다

 

제13편


서양 학문의 내력
1)2700여 년 전부터 그리스에는 많은 학자들이 배출되었다. 그리스의 학문은 지금까지도 서양 학문의 토대를 이룬다. 서기 1200년에는 베이컨이라는 뛰어난 학자가 학문의 방법론으로 실험을 제창했다. 그러나 당시의 무지몽매한 사람들이 그의 이론을 폄훼했다. 아쉽게도 1400년대까지는 실용적 학문은 무시되었다. 
2)그러나 1600년대에부터 학문의 경향이 변해 실용과 실리를 추구하게 됐다. 서양식 학문의 주된 의도는 만물의 원리를 연구하고 그 효용을 발명하여,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돕는 데 있다. 학자들이 밤낮 고심하는 것도 천하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그들의 삶을 넉넉하게 하기 위함이다.
 
서양 군제의 내력
 1)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무예를 중요하게 여기고, 학문은 가볍게 여겼다. 1300여 년대에는 총이 처음으로 나왔다. 이로 인해 서양의 군제가 한꺼번에 개편되었다. 총이 나온 후 봉급을 주는 군제가 시행되고 문무의 직제가 나뉘어졌다. 
2) 군사가 만약 자기 본업에 뛰어나지 않으면 봉급을 받기가 어렵다. 훈련법은 네덜란드 총리 모리츠가 처음으로 만들었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은 국민 모두가 군사 훈련을 익히고, 모두가 나라를 위해 전쟁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 종교의 내력
1)종교란 숭상하는 가르침이다. 천지의 어느 나라든 저마다의 종교가 있다. 인도에는 석가의 교, 터키와    그 부근에는 마호메트의 회회교 등이 대표적 예이다. 그리스의 종교는 허황되고 괴이한 사적을 바탕으로 한 열두 천신을 받드는 것이다. 1888년 전에 예수가 태어났는데 그의 가르침이 서양에서 가장 영향력 있다. 그 핵심은 “예수교를 믿고 따르는 자는 죽은 뒤에 천당에 올라가 끝없는 복락을 누리고,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가 고통을 받는다”는 것이다. 예수가 인기가 많아지자 십자가 위에서 죽었다. 
2)그러나 그가 죽은 뒤 40일만에 다시 일어나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이는 허황하고도 적실한 이야기라는 것을 예수교 믿지 않는 자들은 다 알고 있다. 이제 그들이 전도하던 시말을 옮겨 써볼 뿐이다. 예수교가 그의 제자들에 의해 서양에 들어가자 많은 박해를 받았다. 그러나 형벌이 혹독할수록 예수교의 교세는 날로 확장되었고, 결국 정식 종교로 인정받았다. 교황은 천하를 교화할 권세가 있다고 스스로 주장한다. 
3)각국 임금도 그를 함부로 하지 못한다. 교황은 재물을 탐내 면죄부를 팔아 사람들의 죄를 용서해주는   제도를 마련했다.(면벌부에 대한 유길준의 인식)
4)꽤 오랜 시간 이러한 만행이 지속되자 교황의 처사에 루터와 칼뱅 같은 사람들이 반대했다. 이로 인해  복종당(가톨릭)과 항거당(프로테스탄트)이 생겼는데, 둘은 교황에 항거하는지의 여부 외에는 다른 점이 없다. 양당의 신자들은 종교가 천하 사람들을 교화하는 근본이라 하지만, 천주교가 도리어 천하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많다. 그들은 종교를 위해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5)죄를 짓더라도 사제에게 씻김 받는 예를 통해 용서를 받으면 죄가 없어졌다 믿는다. 이에 그들의 행동은 더 나쁜 일을 많이 저지르게 된다. 그들은 또한 부모보다 교황을 더 사랑한다. (프로테스탄티즘에 대한 입장)

학문의 갈래 
1)사람이 학업을 닦지 않으면 사람으로서 사람다운 직업과 직책을 다할 수 없다. 한집안의 흥망성쇠도 그   집안사람들이 학업을 닦았는가의 여부에 달려있다. 
2) 한 나라의 부강과 빈약도 국민들의 학문의 많고 적음에 달려 있다. 학문의 종류에는 농학, 의학, 산학(수학), 정치학, 법률학, 물리학, 화학, 철학, 광물학, 식물학, 동물학, 천문학, 지리학, 인체학, 고고학, 언어학, 군사학, 기계학, 종교학 등이 있다. 그러나 이외에도 수십 가지 학문의 갈래가 존재한다. 세상 일이 날마다 새로워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한 개 혈육을 지닌 몸이라, 천만 가지 무궁한 일을 좁쌀 한 알 같은 재주로 다 겸행할 수가 없다. 
3) 각 학문 가운데 한 가지만을 전공하여 중도에 그만두거나 아쉬움을 느끼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다른 학문의 대강 행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꼭 필요한 지식이 없어서는 안 되는 경우뿐이다. 

제14편


상인의 대도
1) 상업도 또한 나라의 커다란 근본이다. 그것은 농사의 중요성에 뒤처지지 않는다. 정부의 부유함과 국민의 번영도 상업에 의해 이뤄진다. 모자라는 것은 보태고 유익한 것은 통하게 하는 것이 상업이다. 장사하는 자가 물건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상인이 없으면 만든 물건이 쌓여 쓸모없게 될 것이다. 
2) 장사하는 자의 효용은 만드는 자의 그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고 따라서 수고에 맞는 이익을 취하는 것3) 정부에서 상인을 보호하는 방법은 국민들이 재물을 주고받는 제도를 신실케 하는 것과 수송 방법을 편리케 하는 데 있다. 상업은 생계를 구하는 한 방도다. 상인은 민간의 물자를 서로 통하게 하여 다른 사람의 노고를 대신한다. 
4) 상인된 자는 그 직분이 중대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고, 국민들을 편리하게 할 방도가 부족하면 자기가 직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인가 하고 부끄러워해야 하며, 나라가 부강해지지 않으면 자기가 직분을 행하지 않았기 때문인가 염려하여야 한다.
5) 상인된 자는 특별히 공부해야 한다. 학문을 숭상하고 언행을 삼가며, 어른을 섬기는 데 있어 공경하는 도리를 지키고 임금을 섬기는 데 있어서 충성하는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 상인은 회사의 규칙을 굳게 지키고, 장부를 정확하게 기입하며, 물품 거래에 약속을 어기지 말고, 물품 매매에 품질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상인은 염치를 절개로 여기며 자기의 신명을 아껴야 하고 충직한 의기로 자기 나라를 존중해야 한다. 

개화의 등급 
1) 개화란 인간 세상의 천만 가지 사물이 지극히 선하고도 아름다운 경지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2) 개화한 자는 천만 가지 사물을 연구하고 경영하여, 날마다 새롭고 또 날마다 새로워지기를 기약한다. 
3) 진취적 기상이 웅장하고 사소한 게으름도 없고 사람을 접대할 때에는 말을 공손히 하고, 몸가짐을 단정히 하여 능한자를 본받고 능치 못한 자를 불쌍하게 여긴다. 
4) 반쯤 개화한 자는 사물을 연구하지 않고 경영하지도 않으며 구차한 계획과 고식적인 의사로써 조금 성공한 경지에 안주하고, 장기적인 대책이 없는 자다. 
5) 개화하지 않은 자는 야만스러운 종족이다. 스스로 힘쓰기를 그치지 않으면 반쯤 개화한 자와 아직 개화하지 않은 자라도 개화한 자의 문지방에 이를 수 있다. 
6) 개화하는 일은 남의 장기를 취하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훌륭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전하는 데에도 있다. 

제15편

결혼하는 절차
1) 남자가 장성한 뒤에는 자기 한 몸의 생활도 자기 부모에게 의지할 수가 없으므로, 자기의 지식과 재산이 넉넉히 한 집안의 생계를 지탱할 만한 뒤에야 결혼할 생각을 하게 된다. 여자도 자기 일생의 신세가 한 번 결혼하는데 달려 있기 때문에 아주 신중히 살피고, 구혼자가 있더라도 경솔히 약속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무 살 이전에 결혼하는 자가 아주 드물다.
2) 그 나라에서는 남자나 여자의 지식이나 교제하는 방법 및 권리에 피차간 구별이 없다. 어떤 방법을 따르든지 남자가 먼저 행동하는 것을 예절로 삼으며, 그 허락 여부는 여자에게 달려 있다. 남자는 경제적으로 한 집안을 꾸려 나가기에 넉넉하지 못하면 감히 결혼할 생각조차 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장성한 남자 가운데 게으르게 노는 자는 없다. 남자와 여자의 나이가 충분히 차기를 기다렸다가 자기가 결혼하겠다는 것을 부모에게 알리고 스스로 결혼을 결정하는 권리가 있다. 
3) 만약 남녀 간에 마음이 변하여 서로 뜻이 맞지 않는 한이 생기면, 역시 법관에게 고소하여 이혼하게 해달라고 청한다. 여자에게 허물이 없으면 이혼을 허락하지 않지만, 남자가 함께 살기를 원하지 않으면 그 여자가 일생 동안 입고 먹을 것과 일상 잡비를 모두 남자더러 변상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4) 남녀 사이에 불행하게도 먼저 세상을 떠나는 자가 생기면 재혼하기를 허락하는데, 지난날의 결혼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5) 남자가 첩을 두는 것도 여자가 두 남편을 섬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겨 엄히 금하고 있으며, 풍속의   괴변이라고 여겨 감히 행하는 자가 없다.

장사 지내는 예절
1)죽은 자의 장사를 가지고 산 자의 길흉과 화복을 구하거나 피하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어리석은 마음으로 허황된 풍속에 물들어 아둔하게 깨닫지 못하는 것.
2) 그런데도 풍수설을 독실하게 믿는 자들이 있어서, 이른바 합당한 묏자리를 얻지 못하면 죽은 자의 시체는 돌아보지도 않고 산 자의 욕심에 따라 남의 산에다 몰래 매장한다.
3) 그들(서구)은 묏자리를 고르면서 풍수설의 허탄한 이치를 믿지 않는다. 어느 지방이든지 정부가 숲이나 도시 가운데 건조한 곳을 정하여 매장지로 삼고, 누구든지 가리지 않고 그 안에 장사를 지내게 하였다. 남의 땅을 위력에 의해 억지로 빼앗지는 않는다.

친구를 사귀는 법
1) 이제 서양 사람들이 친구 사귀는 방법을 몇 가지 들어 보겠다. 칭찬할 만한 것이 많을뿐더러, 본받을 만한 것도 이따금 있다. 서양 풍속에서는 신의를 잃는 것이 친구를 사귀는 데 있어서 가장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친구끼리 보통 사귀는 사이라도 시간 약속을 했으면 감히 어길 수가 없고, 만약 작정한 시간에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으면 반드시 그 이유를 먼저 알려서 헛되이 기다리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2) 서양에서 가장 커다란 욕과 부끄러움은 거짓말쟁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면, 술과 담배를 권하며 담백한 비유나 우스꽝스러운 재담으로 풍류가 무르익고 즐거움이 가득 차지만, 추잡한 기색이나 음란한 말투는 조금도 없다. 또 친구 사이의 조용한 이야기는 나라를 소중히 여기는 경륜이나 국민들의 교육 문제, 생계를 영위하는 문제, 공부하는 과목, 외국의 사정, 고금의 역사에 관한 것들이다.
3) 친지 사이에 서로 도와주는 의기는 같은 또래나 손아래, 또는 어른이라는 친소 원근을 가리지 않는다. 몸가짐이 단정하고 마음가짐이 확실하지만 가난하기 때문에 자기가 경영하려는 의도를 펴지 못하는 자가 있으면, 부유한 자가 그의 궁핍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나선다. 재물에 인색한 마음은 별로 나타내지 않는다. 만약 형제나 자식 조카 사이라도 그 사람됨이 부랑 방탕하면 입고 먹는 비용 정도는 이따금 대어주지만, 
4) 재물은 한 푼도 주지 않으며, 남에게 재물을 빌린 것이 있으면 도리어 화를 낸다. 그러므로 부귀 한 집안의 자제라도 자기 생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길에 종사하며, 부랑 방탕한 자는 평생 수중에 쓸 만한 재물이 없게 되어야 한다. 자녀의 생업을 위하여 저축을 남겨 주는 풍속이 없기 때문에, 자녀들도 또한 유언대로 나누어 주는 몫만 차지한다.

여자를 대접하는 예절
1) 남녀가 같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각국의 논평이 같지만, 풍속이 같지 않음에 따라 서로 대하는 예절에도 또한 여러 가지 의식과 법도가 생겨났다. 
2) 우리나라의 풍속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뛰어나다고 말하는 것도 공평한 주장이 아니고, 다른 나라의 기풍이 우리나라에 비하여 낫다고 말하는 것도 미친 자의 망령된 이야기다. (독자를 고려한 상대주의적 자세) 
3) 서양 사람들이 여자 대접하는 예절을 보면 우리나라의 제도와는 아주 다르다. 나는 내가 본대로 쓸 뿐이며, 좋다거나 나쁘다는 비평은 내리지 않겠다. (중립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조선의 체제 비판) 서양 사람들은 내외하는 예법을 만들지 않고, 또 어렸을 때부터 가르치는 방법도 갖추었다. 
4) 사람이 만약 한 곳에만 오래 살면서 바깥 공기를 쐬지 않으면 질병이 쉽게 생긴다. 그러므로 서양의 여자들이 조심성 없이 나다니지는 않더라도, 방 안에 평생 갇혀서 세월을 보내지는 않는다. 또 서양에서 여자들에게 가르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5) 만약 어머니가 지식이 없으면 교육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여 아이의 성장을 손상시키기 쉽기 때문이다. 옷이나 술, 음식 따위를 만드는 것은 여자들이 받는 교육 가운데서도 특히 작은 것이다. 인간 사물의 이치를 통달하고 음악이나 산수의 묘한 경지까지 이르게 하므로, 어린이 학교에서는 여자 교사가 더 낫다고 하여 여자를 많이 채용한다. 배우지 못한 여자는 남들이 하는 일을 할 수가 없다. 
6) 서양의 유명한 학자가 이렇게 말했다. “여자가 남자와 다르다고 하지만, 역시 사람이다. 그러므로 여자를 가르치지 않는 나라는 그 국민의 인구가 천만이나 되어도 실상은 오백만에 지나지 않는다.” 이 말이 어떤지 인용할 뿐이다.
남자들이 여자 접대하는 도리를 이렇게 극진히 하므로, 여자들도 또한 남자 접대하기에 예절을 다한다. 또 여자들이 마음속으로 “남자보다 못하다.”는 평에 분노하여, 남자가 하는 일은 그들도 역시 힘을 다하여 해보려고 하였다.

제16편


옷, 음식, 집의 제도
1) 사람들이 뜻을 경영하고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지방과 물산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흑도와 적도와 황도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 
2) 적도와 흑도 지방 사람들은 기풍이 조금 개화되었거나, 미개한 자도 많다. 흑도 지방은 사철의 기후가  엄동과 같으므로, 풀이나 나무가 자라지 못하고 새나 짐승도 아주 드물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일상 생활품을 마련하기에 겨를이 없어, 다른 일을 경영할 수가 없다. 
3) 적도 지방은 타는 듯이 더워서 사철이 늘 여름이다. 온갖 풀과 나무가 무성하여 사람의 힘을 기다리지 않기 때문에, 음식을 구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풍족한 즐거움이 있다. 생계에 구차한 형편이 없기 때문에 심지가 게으르고, 물이나 흙도 사람에게 알맞지 않다. 
4) 사람은 혈액 순환이 순조롭게 막히지 않아야만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여, 서양 사람들은 의관을 동여매는 식으로 만들지 않는다. 
5) 머리도 뇌수가 있는 곳인데다 핏줄이 지나가는 곳이라고 하여 극진히 보호한다. 음식은 사람의 혈기에 자양분을 공급해 준다. 그러므로 음식의 재료로 쓸 물품은 반드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험하여, 그 성질이 완전히 규명된 뒤에야 그 이로움을 세상 사람들과 함께 누릴 수 있다.
6) 서양 사람들이 집 짓는 제도를 보면 편리하기도 극진하지만, 견고함이라든가 화려함도 우리 생각을 뛰어넘는 것이 많다.

농작과 목축의 현황
1) 힘을 쓰는 자는 원래 학문을 닦지 않으므로 그 지식이 습관적으로 일하는 데에만 그칠 뿐이지, 근본을 추구하는 공부는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선비는 다른 사람이 경작한 것을 먹고 다른 사람이 짠 옷을 입지만, 2) 정신적으로 노동하는 자다. 선비가 편안히 앉아서 옷을 입고 배부르게 먹는 것은 실상 정신적으로 부지런히 일한 공덕에 대해 보수를 받는 것이다. 
3) 그렇지만 선비라는 이름을 가진 자가 실용적인 근본 문제는  연구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짠 옷과 경작한 곡식만 앉은 채러 허비한다면, 그를 가리켜 ‘국민들의 좀벌레’라고 할 수밖에 없다.
4) 대농은 밭 갈고 씨 뿌리며 곡식을 베고 타작하는 일까지 모두 기계의 힘을 빌린다. 십 리 넓은 들판도 증기기관으로 반나절에 다 갈고, 또 파종하는 것도 신속하게 처리하는 기계가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여러 기계를 활용하여 그 공덕을 앉아서 거둬들일 뿐이며, 노고하는 모습이 별로 없다. 
5) 소농의 경우에는 갈고 씨 뿌리며 거두는 일이 모두 사람의 힘을 빌리는데, 이에도 역시 편리한 방법을 다 갖추고 있다. 심는 법이나 비료를 섞어 주는 정도, 병충해를 구제하는 방법 등은 모두 학자들이 깊이 연구한 이치를 이용한다. 
6) 목장은 목책으로 둘레를 두르기도 하고, 나무기둥을 세워 철사를 두르기도 하여 각 사람의 땅을 분별하며, 또 가축들이 밖으로 나가 잃어버리는 것을 막는다. 목축하는 것도 모두 학자들이 연구한 이치에 따라 번식하게 된다. 만약 여러 가축 가운데 병든 것이 생기면 곧 총으로 죽이거나 때려 죽이고 파묻어야 하니, 그 병이 전염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놀고 즐기는 모습
1)사람들은 부지런히 일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고, 한가하게 쉬는 것은 좋지 못한 습관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부지런히 일하는 것이나 한가하게 쉬는 것이나 각기 의미가 있다. 날마다 시간을 작정하여 사업에 힘쓸 때에는 극진히 힘쓰지만, 
2)쉴 때는 푹 쉬는 것이 좋다. 한가하게 쉰다는 것은 그 사람이 평생 한가하게 쉬기만 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 날 사업을 부지런히 힘쓰고 쉬는 여가에 한가히 즐기는 것을 가리킨다. 
무도회 
이 모임은 젊은 남녀들이 여는 것이다. 우리나라 풍속에 따라 본다면 남녀의 분별이 없다고 책망할 자도 있으며, 정나라나 위나라의 음란한 풍속이 있다고 비난할 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 사람들의 풍습이 어떠하든지 그 사실적인 모습만을 기록할 뿐이지, 그 밖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 것이 좋다. 
음악회 
이 모임은 서양에서 가장 성행하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대개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노래를 배운다. 만약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면 부끄럽게 여기며, 친구를 사귈 때나 친척들과 이야기할 때도 반드시 가곡이나 음악으로 즐거운 뜻을 나타낸다. 

제17편


빈민 수용소
 빈민수용소는 가난하면서도 도와줄 곳이 없는 자들을 부양하는 곳이다. 양로원, 유아원, 고
아원, 기아원 등이 있다. 유아원은 몸이 불구거나 허약해서 제대로 클 수 없는 어린이들을 부양하는 곳이다. 건강한 자도 너무 가난하면 잠시 들어갔다가 나오기도 한다. 고아원은 부양해줄 부모나 친척이 없어 의탁할 곳이 없는 어린이들이 오는 곳이다. 기아원은 버림받은 아이를 부양하는 곳이다. 가난하고 배우지 못 한 자들이나 행실이 나쁜 남녀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이 종종 버림을 받는다. 빈민구제소는 공립과 사립이 있다. 정부의 빈민 수용소 경비는 국민들에게 세금으로 거둔다. 사립 수용소의 경우는 부유한 자들에게 기금을 모아 운영한다. 구제소에서 부양받는 자들은 마냥 놀리지 않는다. 그들도 각자 재능에 맞는 일을 배우게 하여 각자 구실을 하게 만든다.
 
병원
 치아원은 정신박약아를 가르치는 곳이다. 이들은 타고난 이해성이 부족하므로 가르치는 제
도가 일반 학교와 다르다. 근래에는 군인들이 하는 훈련을 가르쳐서 상하의 서열과 순서를 알려준다고 한다. 정신 병원은 정신병자를 치료하는 곳이다. 치료는 환자의 마음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완치되기를 목표로 한다. 정신병 증세로 죽을죄를 범한 자는 비록 다 낫더라도 죽을 때까지 병원에 있게 한다. 영국에서 여왕의 행차 때 여왕에게 소총을 발사한 자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정신병자였다. 여왕은 그의 범행이 본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하여 그를 국비로 정신병원에 보내주었다. 맹아원은 장님을 가르치는 학교다. 맹아들을 위해 따로 교재를 만들어 가르치니 못하는 것이 없다. 그들은 주로 경문을 외우기보다는 물건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 그 물건들은 아주 정교하며 아름다워서 두 눈이 밝은 자의 솜씨와 같았다. 농아원은 벙어리들을 가르치는 곳이다. 벙어리들은 발음기관이 때문이 아니라 청력의 문제로 인해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래 가르쳐서 발음하는 모습에 익숙해지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없으며 어떤 학문이든지 배운다. 


교도소
 교도소는 행실이 부정한 국민을 가르치는 곳이다. 불효하거나 불손한 자부터 허랑방탕한
파락호에 이르기까지 행실을 교화해야 할 자들을 잡아넣는다. 서양의 풍속으로는 죄지은 사람
을 아주 더럽게 여겨서 한 번이라고 범죄를 저지르면 온 세상과 연이 끊어진다. 때문에 배운집안의 사람들은 행실을 삼가고 법률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교도소에는 주로 하류층 사람들이 많다. 

박람회, 박물관, 도서관
 세계 각국의 기예와 공작이 나날이 발전하여 새로운 물품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래서
서양 각국의 대도시에서는 새롭고 편리한 물품을 모아 전시한다. 구경하는 자들은 전시하는
물품을 바로 사지는 못하지만 그것을 만든 곳에서는 정가로 살 수 있다. 또 박람회가 끝나면 도매하는 경우가 많다. 박람회의 본뜻은 세상 사람들이 서로 장점을 배워 이롭게 하자는 것이다. 이는 지방의 번영과 인간적 교제를 풍부하게 하며, 세계의 문명과 인심의 개화에 도움이 된다. 각국 정부는 또한 국비로 박물관을 운영한다. 이는 단지 기이한 것들을 모아 보기 위해 서만이 아니라, 국민들의 견문을 넓히고 학자들의 연구를 도우려는 바이다. 도서관 역시 무식한 사람들을 없애려는 것이 주된 뜻이다. 어떤 사람이든지 책을 열람하고 싶으면 할 수 있다. 도서관에는 경서, 역사책, 소설, 신문 등 각종 서적들이 모여 있다. 

강연회, 신문
 강연이란 자기 생각을 말로써 널리 펼치는 것인데, 그 주제는 매우 다양하다. 이렇게 여러
주제로 강연을 하는 것은 세상 사람들의 견문을 넓히려는 목적이다. 강연하는 자는 자신의 지식을 널리 알리고 이에 사례도 받는다. 강연에는 입장료가 있는데 간혹 부자들이 가난한 자들을 위해 입장권을 대신 사주거나 강연자가 사례금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나라의 중대한 이 있으면 강연자들이 청중을 상대로 걱정할 것과 기뻐할 것을 공유한다. 따라서 외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강연자들이 국민들의 의기를 북돋아야 한다. 또한 정부가 잘 못한 것을 바로 잡아주는 역할도 하여 서양 사람은 강연이 개화를 이룬 일대 계기라고도 말한다.
 신문은 여러 사람이 회사를 세워 세상물정을 수집하고 탐구해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그 내용으로는 정부의 일이나 거리의 풍문, 사회경제적 상황, 학자들의 업적 그리고 실제 벌
어진 사실이나 기이한 사건들 중 견문을 넓히는 데 좋은 것들 등을 포함한다. 고금의 서적 못지않게 이 신문도 사람들의 견문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신문의 기사에는 물론 편벽되거나 허황된 것들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허가를 받기 때문에 대체로 공평하고 진실 된 주장이 많다. 또한 국가의 바르지 못한 바를 지적하고 국민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대신 요구하기도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행실 중 잘못된 것은 지적하고 칭찬할 것은 추켜세운다. 따라서 정부나 국민들도 신문을 의식하게 되어 자연히 사회의 풍속이 교화된다. 즉 신문사가 간관의 직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나라를 존중하고 임금을 사랑하는 자가 좋은 주장을 신문을 통해 개진하면 국민들의 충의를 고무시키기 쉽다. 따라서 국민들을 서로 통하게 하고 하나로 합치는 데는 신문만한 것이 없다.

제18편

증기기관
증기는 물이 끓는 기운이니, 김이라고도 한다. 냄비나 가마솥에 물을 끓이면 그 뚜껑을 불어 올리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증기의 힘이다. 물 담는 그릇을 가마라고 하고, 석탄 아궁이를 이용해 물을 끓이면, 연결된 원통이 증기를 모아 상자에 가두었다 폭발시켜 기계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 증기기관의 힘은 증기를 폭발시켜 그 힘을 사용하는 통의 크기에 따라 강약이 정해진다. 이를 증기의 마력이라고 한다. 예전 서양에서도 일할 때 사람의 힘을 사용하여 우리와 차이가 없었다. 그러다가 160여 년전 레오폴드가 증기 이론을 제시하였고, 99년 전 영국사람 와트가 증기기관을 크게 발전시켰다. 그 뒤 영국과 미국의 뛰어난 학자들이 그 공력을 탐구하고 장치를 개선했다. 농사, 화폐주조, 벌목, 모직물 생산, 기선, 기차 등   온갖 일에 증기가 쓰여, 오늘날의 세상을 이름 하여 ‘증기 세계’라고도 한다. 

와트의 약전
와트는 영국 사람이다. 아버지가 조선업을 하여 살림이 넉넉하였으나 가세가 기울어 가난해졌다. 와트는 몸이 허약하여 실내에서 공부를 주로 하였는데 식물학, 화학, 광산학, 물리학에 심오한 뜻을 통달하였다. 한 학교에 기계실에 취업했던 와트는 증기기관을 구상하고 기술을 완성시키려고 하였는데, 증기의 분량은 수면의 넓이나 물의 양과 관련이 없으며 열도의 강약으로 분량이 정해진다는 학설을 세우고 1768년 친구 로벅의 도움으로 18인치의 납통을 만들고 정부에 전매권을 얻어냈다. 인간사회의 온갖 어려운 근원을 없애고, 이용후생의 길을열어 천하 사람이 함께 누리도록 했으며, 그 혜택이 끝없이 내세까지 전하도록 한 것이다. 이후 와트의 이름은 영원히 전해지게 되었다.  

기차
기차는 증기관의 힘을 빌려서 움직이는 차인데 화륜차라고도 한다. 기차가 달리기 위해서는 길을 닦은 뒤에, 두 줄의 철선을 깔아 그 이름을 철로라고 한다. 기차를 만드는 형식은 굳은 나무로 정교하게 만드는데 그 너비가 4,5 척에다 높이는 7척 이상에 이르며 길이는 20척을 넘는다. 기름을 칠하여 비나 눈 때문에 습기가 차는 걸 막고, 내부는 비단이나 모직으로 휘장을 치고, 의자ᅟᅳᆯ 가죽이나 모직으로 화려하게 꾸민다. 멀리 가는 기차는 침구도 갖추고 있다. 급히 달리는 것은 한 시간에 300리나 간다고 한다. 기차가 도착하고 출발하는 것도 시간이 정해져 있다. 

기선
기선은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배 인데, 화륜선이라고도 한다. 만드는 재료는 나무와 쇠가 쓰이고, 물과 불로 움직이는 힘을 얻는다. 미국 뉴욕사람 풀턴이 여려해 고심한 끝에 신묘한 이치를 터득하여 120마력의 증기선을 만들고 허드슨 강에서 시험운행 하였다. 당시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고 그를 미치광이라고 하였으며, 배가 움직이는 걸 보고 요술쟁이라고 하거나, 앞 질러가는  배가 끈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하는 자도 있었다. 바다는 세계 모든 나라가 소유하지만, 배는 소유국의 영토로 여겨진다. 

전신기
전신기는 전기를 철선에 통하여 먼 곳 까지 소식을 전하는 기계다. 그 현묘한 이치와 신기한 편리를 이론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기록해보겠다. 유산수와 탄소와 아연의 세 가지를 합하면 전기가 발생하므로, 이 세 가지를 ‘파려’로 만든 전기가 통하지 않는 그릇에 담아 전기의 본원을 만들고 여기서 만들어지는 전기를 동선에 통하게 하여 전신기와 연결시킨다.   
기면의 철점을 누르면 두 선이 이어져 전기가 흐르고, 누르지 않으면 떨어져버린다. 전기가 통할 때 기계의 종이와 필기구가 움직이며, 이를 신호로 세계와 소식을 주고받는다.
미국인 모스는 가난했지만 정부가 은전 3만원을 보조하여 1844 미국의 서울 워싱턴과 볼티모어 사이 수 십리에 전선을 연결하고 이것이 최초의 육지 전신이었다. 1851년에는 영국과 프랑스 두 나라가 서로 경계한 바다를 통하여 전선을 가설하였다.
전선은 군사용으로도 중요하다. 프러시아-프랑스 전쟁 때 프러시아 대장 몰트케는 전쟁터에 나가지 않고 자기 집에서 전보에 따라 군사계획을 세웠다 손가락 하나로 천만 병마를 지휘하여 천리 밖에서 승리한 명장이다.  

전화기
전화기는 전기가 흐르는 힘을 빌어서 먼 곳과 말을 주고받는 철선을 가리킨다. 
(소리, 음파, 전류, 진동, 전화기의 원리 설명 생략)
대도시에  전화선이 모여드는 도회청(전화국)이 있으며 전화선에다 각기 일정한 번호를 붙이고 누구든지 자기 친구와 말하고 싶으면 도회청에 자기 전화선을 어느 곳에 사는 아무개와 연결해달라고 한다. 

회사
서양 사람들이 큰 상업을 경영하려는데 자본을 한 상인의 힘으로 감당하지 못 하면, 5인 10인 20인 이상이 합의하여 규칙을 세우고 사업에 착수하는데 이를 회사라고 한다.
마련한 규칙과 상업의 조목, 자본 회계할 계획을 인쇄하여 세상에 광고하고 회사의 표지(주식)을 판매하여 자본을 모은다.
주식을 산 자에게 회사는 해마다 3푼, 4푼의 이익배당금을 주고 회사의 영업이 잘되면 약정한 금액보다 더 배당금을 줄 수 있다 그러면 주식의 값이 자연히 올라서 처음에는 백냥   주고 백장을 샀더라도 사고파는 시세가 130냥~140냥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법은 자본에서 모자란 액수만큼 회사의 표지(채권)을 팔아 회사가 영업을 시작한 해 부터 나눠서 상환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상인들은 이러한 이치를 깨닫지 못하여 회사와 같은 큰 사업을 운영하지 못하고 전국의 상권이 남의 손에 넘어가는데도 떨쳐 일어날 경륜을 행하지 않는가. 이야말로 탄식할 일이다.

도시의 배치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을 말한다. 도시를 일정한 규모로 조정하지 않으면 또한 어려움일 많을 것이다.  도시에 관한 여러 규칙은 각 지방 사람에게 맡겨서 자기들에게  편리한 방법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혹시 라도 세속에 어긋나는 일이나 국법에 배치되는 제도를 행한다면, 이는 중앙정부가 바로잡을 수 있다. 집을 짓는데도 일정한 법규가 있어서 인구가 조밀한 곳은 나무로 집을 지을 수 없고(화재예방) 가스등과 전등으로 모든 집들이 불야성 이루고 있다. 시장, 상점, 우체국, 전신국, 은행, 소방서, 경찰서 등은 도시 한가운데 배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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