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중국 근대소설 『상하이 폭스트롯(上海的狐步舞)』속 중국 근대사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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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폭스트롯(上海的狐步舞) 배경
본래 상하이는 아편전쟁으로 인한 개항 전의 한적한 어촌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1920년대부터 식민 조계지 형성이후 열강이 상하이라는 공간에 특수한 공간을 만들면서 중국 근대문화와 현대 의식의 중심지로 성장한 도시공간이자 독특한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조계란 외국인이 행정자치권과 치외법권을 가지고 거주, 활동하는 지역이였다. 그런 이유로 상하이 조계지역은 근대화된 제조업, 상업, 무역등이 발달하고 경제, 금융이 발달한 국제 도시로 성장하게 된다. 이처럼 완벽이 현대도시의 면모를 완성하게 된 상하이는 신식 거리가 등장하며 도시 공간 속 다양한 서구 근대문명의 산물이 번성하고 소비 문화가 발달한다. 즉 소설 속 상하이의 배경은 국제도시로서 번영하나, 서구 문물의 급격한 유입과 조계(租界)라는 반식민지 현실이 공존한 도시이자 댄스홀, 영화관, 백화점 등 화려한 대도시의 이면에는 급격한 사회 변동과 불안, 퇴폐적 문화가 자리한 공간이었다.
또한 중국 본토에서 사상의 탄압을 피하고자 도망쳐온 좌익 작가들과 같이 조계내에서는 비교적 작품 활동이 자유로웠기에 많은 작가들이 상하이라는 문화 공간에 모이게 된다. 한편 번영한 도시 문화와 서구 사상이 활발히 수용되었던 바로 이 상하이에서 기본적인 언론/출판 인프라를 바탕으로 상하이 도시문학이 발생된다. 상하이 도시문학은 크게 3가지 경향이 있었는데 첫째는 기성문학의 형식과 내용에 반발하는 모더니즘 작가들의 작품으로 주로 현대 도시공간의 물상과 인간상을 표현하며 도시 속 인간 소외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한 좌익 작가들의 시선으로 윤리적 시선으로 도시의 병폐와 노동자들의 분기를 노래하며 과도한 외형적 성장을 비판을 야기하기도 한다.
상하이 폭스트롯(上海的狐步舞) 내용 요약
- 저자: 무스잉(穆時英, 1912~1940). 1930년대 중국 ‘신감각파(新感覺派)’를 대표하는 소설가.
- 주요 등장인물: 상하이의 젊은이, 도시 노동자, 밤의 유희를 즐기는 군상들
- 스타일: 서구적 모더니즘 기법, 리듬감 있는 문장, 속도감, 감각적 묘사
줄거리 및 주요 내용
‘지옥 위에 세워진 천국’과 같은 상하이의 화려함 속에서, 도시인들은 현실의 공허와 불안에 시달림
서구 문물이 유입된 도시 공간 속에서 각 인물들은 삶의 기쁨, 쾌락, 불안, 소외를 경험함
이중적 도시성: 상하이의 겉모습(천국)과 그 이면(지옥)의 공존
근대성의 파급: 전통과 근대, 동양과 서양, 가난과 부, 윤리와 쾌락 등 상반된 가치가 혼재
불안한 정체성과 소외: 근대화 속에 소속감을 잃은 도시인의 외로움, 불안, 자기 분열
문학적 성취: 중국 소설에 독창적인 모더니즘 기법, 감각적 언어, 심리 분석을 도입하여 ‘당대 중국 소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세계’를 개척
인용 및 주요 문장
- 작품 내에서는 ‘폭스트롯(fox trot)’ 댄스의 리듬에 맞춘 것처럼 빠르고 감각적인 문장이 두드러짐
- “상하이가 깨어난다! 지옥 위에 세워진 천국, 상하이.”
- “인파 속 사람들은 하나같이 뇌가 없는 파리와 판박이다!”
→ 이를 통해 도시의 무의미함, 소외, 기계화된 현대인의 내면을 드러냄
상하이 폭스트롯 감상, 올드 상하이, 상하이 노스탤지어
『상하이 폭스트롯(上海的狐步舞)』 의 마지막에서 "깨어나라! 상하이. 지옥위에 세워진 천당이여."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고 있다. 지옥과 천당, 완전히 상반된 두 개의 단어가 결합된 두 가지 얼굴의 상하이는 과연 어떤 모습이 진짜일까? 그리고 두 가지 얼굴을 어떻게 드려야 할까? 라는 고민은 지금도 유효하다. 한류 열풍과 함께 문화적으로도 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외형적으로도 대단한 성장을 한 오늘날 한국에게 ‘헬조선’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 이는 올드 상하이와 오늘날의 서울을 연결시킬 수 있는 열쇠이다.
193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의 본격적인 대 중국 침략이 시작되면서 사회 전반의 이슈가 항일로 로 바뀌면서 그 화려했던 올드 상하이의 시대도 막을 내린다. 세월이 흐른 후 황금시기의 상하이는 80년대 개혁 개방 시기의 정책과 맞물려 식민 자본의 이미지를 지우고 상하이를 ‘혁명의 전초지’에서 ‘자본의 첨병’이라는 이미지로 재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이미지 전환을 시도한다. 어두운 과거는 지우고 화려했던 도시공간에 주목하며 중국적 자본주의의 롤모델로 정부가 전략적으로 정치 이데올로기적인 논리로 선전하기에 상하이만큼 가장 효율적인 공간은 없었기 때문이다.
상하이의 전성기가 단순히 ‘아름다운 추억’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화려한 모습 이면에 가려져 있는 모습까지 바라볼 필요가 있다. 화려했지만 그 화려함 만큼 그늘과 수심도 깊었던 상하이의 모습을 잘 표현했던 중국 소설가 무스잉(穆时英)의 『상하이 폭스트롯(上海的狐步舞)』에서 상하이는 '지옥 위에 세워진 천당'이라고 묘사되었다. 상하이라는 도시 공간에서 나타나고 있는 향락과 부조리한 모습에서 오는 갈등을 그리며, 혼란기의 상하이를 '지옥 위에 지어진 천당'이라고 비유했다. 어떤 이는 고통스럽고 모진 삶을 이어가는 반면, 어떤 이는 천당에서 폭스트롯 춤을 추고 있는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올드 상하이의 모습과 오늘날의 서울의 상황을 비교해보며든 생각을 자유롭게 정리하고자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어떤 특정한 시대의 특정한 사건, 상황을 바라 볼 때 그 사건을 지금·여기로 가져와서 생각해 보는 버릇이 있다. 천당으로 비유되는 마천루가 즐비한 도시의 화려함, 방탕함과 같은 하늘 아래 존재하지만 남루하고 비루한 도시 하층민들의 생활이 병존했던 상하이를 보며 오늘날의 서울 강남이 떠올랐다. 서울시 강남구, 자타가 공인하는 서울의 부촌이다. 3년전에 대학교에 입학해 처음 서울로 올라와서 내가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어서 봉사활동 단체에 자원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장소가 강남구라고 해서 적잖이 놀랐다. 나는 속으로 강남이면 내가 오히려 도움을 받아야 되는 것 아니야? 라고 생각하며 의아했다. 그러나 봉사 활동 장소에 도착해보니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또 하나의 강남, 구룡마을 ‘판자촌’ 은 부촌의 상징인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손에 잡힐 듯 보이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구룡마을은 1983년 88올림픽 준비 기간 중 재개발 계획으로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모여 형성된 삶의 터전으로 현재는 약 2,000여명의 원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이곳에서 어르신들을 돕고 또 그곳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대학 새내기 1년을 보냈다. 구룡마을의 첫 인상은 한 마디로 누더기를 걸친 듯한 모습을 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위생, 안전과는 거리가 먼 한마디로 차갑고, 무서운 동네였다. 큰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도곡동 타워팰리스 앞이였지만 이곳은 냄새가 진동하는 쓰레기들이 쌓여있었고, 전선주가 없다 보니 전선들은 담벼락이나 지붕에 걸쳐져 있었다.
우리가 기억하고 주로 다루는 올드 상하이란 무엇일까? 서양의 근대식 문물과 중국이라는 공간이 결합된 화려했던 도시공간뿐인걸까?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 화려했던 공간의 이면에는 묵묵히 하루하루를 생활하는 도시 소시민들의 삶도 충분히 고증되어 올드 상하이의 당당한 일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소시민들의 생활을 단순히 비루하고 비참한 하층민으로써 그리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 구룡마을에 도착했을 때 든 생각은 연민이였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곳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할아버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곳이 자신에게는 마지막 남은 서울의 천국이라고. 마을 주변에 널려 있는 텃밭에는 녹색 풍경이 가득 했고 소음 하나 없는 고요한 마을 분위기는 영화 속에서만 보던 한국의 옛 마을 풍경 같았다. 또한 도심과 가까워서 인지 지하철역하고도 가까워서 교통도 편하다고 말씀하시는 모습에 놀랐었던 개인적인 기억이 있다. 이처럼 우리가 외지인의 시선으로 그들을 함부로 ‘연민’이라는 프레임에 가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하나의 지옥 위에 세워진 천당, 서울은 깨어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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